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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비핵화·군비통제도 ‘남북 공동 TF’ 가능할까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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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문정인 특보 “남북 머리 맞대는 ‘비핵화 TF’ 만들자”

이종석 전 장관 “남북한 공동 군비통제연구반 어떨까”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미니 평화수역’ 등 기발한 제안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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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이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낸 의견을 공개했습니다. 이날 원로자문단이 낸 아이디어 가운데는 실제 남북이 합의하기만 한다면 남북 관계뿐 아니라 북-미 관계, 비핵화 협상까지도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번뜩이는 제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비핵화, 군비통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남북 간 신뢰 수준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기반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 남북이 머리 맞대는 ‘비핵화 TF’를 만들자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북의 비핵화를 순서대로 다 하자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라며 “남북한이 비핵화 티에프(TF·태스크포스)를 함께 만들어 논의를 한다면 파격적인 대안이 나올 것이다”라고 제안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밝혔습니다.

문정인 특보가 제시한 ‘남북한 비핵화 태스크포스’는 북-미 사이 비핵화 협상이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 보자는 취지입니다. 최근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중재자’로서 북-미 사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을 미국 쪽에 제시했고, 미국은 이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해집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와 수시로 소통하고 협력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한-미가 소통하는 것 만큼 자주 활발하게 남과 북이 비핵화를 주제로 심도 깊게 논의한다면 북한과 미국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복안’을 찾아낼 있지 않겠느냐는 게 문 특보의 아이디어입니다.

남북 간 핵심 인사들이 만나서 머리를 맞댄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무엇인지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논의를 기반으로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안을 만들 수도 있겠죠. 북한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다보면 북쪽에 미국의 입장을 보다 잘 전달할 수도 있겠습니다. 문 특보의 생각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북-미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이 보다 빠르게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정 실장은 6일 특사단 방북 결과를 발표하며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북한도 남쪽 역할을 좀 더 많이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게 되면 비핵화 진전을 위한 남북한 협력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심도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수준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인데요. 그렇다면 남북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팀을 꾸리는 일도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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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비통제도 남북공동 티에프…‘미니 평화수역’은 어떨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남북한 공동 군비통제연구반’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한 2주씩 합숙을 해가면서 머리를 맞대면 국민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는 취지입니다. 문정인 특보가 남북 비핵화 TF를 만들자고 했다면, 이종석 전 장관은 군비통제 TF를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셈인데요. 정부 정책을 담당하는 이들뿐 아니라 이 분야와 관련된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연구를 해보자는 얘기입니다. 전문가들이 연구한 내용은 향후 군비통제, 군비축소를 위한 남북 장성급 회담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북방한계선(NLL)에 평화수역을 설치하는 문제가 궁극적으로 합의가 안 되면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14km만이라도 공동어로에 합의해 합의문으로 발표됐으면 한다.” 이종석 전 장관은 같은 날 이런 아이디어도 제안했는데요. 정의용 실장은 6일 특사단 방북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상호 신뢰 구축과 무력충돌 방지에 관한 구체적 방안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는 일은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도 명시돼 있는 내용입니다. 그만큼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서해 평화수역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합의가 포함될 지 주목되는데요. 남과 북이 당장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 일대에 평화수역을 설치하는 문제에 합의하기 어렵다면,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14km 구간 만이라도 공동어로를 만들기로 하면 어떻겠느냐는 겁니다.

이 전 장관의 설명을 들어보면, 백령도와 장산곶 사이 수역은 북쪽의 황해도, 남쪽의 이북5도로 들어가는 시작점입니다. 이 구간은 남쪽이 주장하는 북방한계선과 북쪽이 주장하는 서해군사분계선이 잠시동안 만나는 구역으로, 다른 구간보다 상대적으로 이견이 크지 않은 곳입니다. (위 그림에서 백령도과 장산곶 사이 빨간선과 검은선이 만나는 지점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남과 북이 시범적으로 평화수역을 만들어 공동 어로활동을 한다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꽃게잡이 어선들을 막는 부수적 효과도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습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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