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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홍길용의 화식열전] 2.2조로 일본 주주에 보답한 신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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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롯데지주로 편입

일본롯데 임직원에 ‘대박’ 기회

본인도 배당 ‘화수분’도 마련해

호텔롯데 상장 ‘마지막 퍼즐’로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로 출소하자마자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로 편입했다. 롯데지주가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현금을 주고 사는 방식이다. 유통부분에서만 이뤄졌던 지주체제 전환 작업이 다른 사업부문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예견됐던 수순으로도 볼 수 있다.하지만 그 방식을 들여다보면 신 회장이 자신을 끝까지 지지해 준 일본롯데홀딩스(이하 일본롯데) 주주들에게 ‘신세’를 갚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일본롯데는 현재 일본인 임직원들이 실질적인 지배주주들이다.

롯데케미칼은 시가총액이 10조원에 달하는 그룹 내 최대규모의 상장사다. 지배주주는 롯데물산(31.3%), 호텔롯데(12.7%)다. 두 회사 모두 일본 롯데가 지배한다. <지배구조도 참조> 롯데지주는 지주사여서 자회사 지분이 자산의 대부분이다. 올 상반기말 자체 보유 유동자산은 채 800억원이 안된다. 이 때문에 롯데캐미칼을 지주로 편입하는 방법으로는 계열사 지분 맞교환 등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결국 금산분리를 단행해야 할 롯데카드를 일본에 넘기고 대신 롯데케미칼 지분을 받아오는 방법도 가능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선택은 달랐다. 롯데지주는 이번 거래를 위해 무려 2조3000억원을 단기 차입했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어음을 발행해 끌어온 초단기 차입이다. 한국 롯데에서 발생할 미래 연금흐름을 바탕으로 돈을 빌려 일본 주주들이 지배하는 롯데케미칼 대주주들에게 거액을 안겨준 셈이다.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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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롯데는 배당을 통해서든, 아니면 상장을 통해서든 호텔롯데와 롯데물산에서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이 두 회사의 사업기반이 한국인 점, 일본롯데 현재 임직원들의 주주권이 영속적이 않다는 점(퇴직시 주주권 상실) 등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지배보다는 적정시점에서의 ‘현금화’가 최선이다.

이제 남은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 상장이 이뤄지면 이 과정에서 일본롯데 지분율을 낮출 수 있고, 신 회장은 지분율을 높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호텔롯데를 지배하면 현재 일본롯데와 공동소유 형태인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은 오롯이 신 회장 차지가 된다.

신 회장은 이번 거래에서 향후 호텔롯데 지분확보를 위한 큰 포석도 선보였다. 롯데지주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시켜 배당가능 이익을 크게 높인 점이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 지분 10.5%를 가진 최대주주다. 배당이 늘어나면 가장 큰 수혜를 얻을 수 있다.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 위한 자기주식 소각이 이뤄지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11.7%까지 높아진다. 연매출 16조원, 연간 순이익 2조원 이상에 10조원대 이익잉여금까지 가진 롯데케미칼이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되면 신 회장 등 주주들의 배당가능 이익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춘추시대 두 번째 패자(覇者)인 진(晉) 문공(文公)은 오랜 국외 망명생활 끝에 군위에 올랐다. 그는 방랑기간 중 그에게 도움을 준 이와 해를 가한 이들에 상과 벌을 내린다. 문공이 밝힌 포상 기준이다.

“인의로써 나를 인도하고 또한 덕을 베풀어 나를 지켜준 사람에게는 일등상을,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보좌하여 나로 하여금 군왕에 오르게 한 사람에게는 이등상을 내렸다. 한마지로(汗馬之勞)를 다해 나의 생명을 지켜준 사람에게는 삼등상을 내렸다”

일본롯데 임직원들은 창업자와 그 아들들 가운데 지분율이 가장 낮은 신 회장을 줄곧 지지했다. 특히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된 상태에서도 끝까지 지지를 유지했다. 이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신 회장의 한국 롯데 경영권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을 지도 모른다. 신 회장에게는 일등상 감일 수 있겠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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