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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원재료값 급등에 인건비·이자 압박까지…벼랑끝 자영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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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계비 인상 쓰나미…위기의 가계 (上) ◆

"떡볶이 1인분에 떡 20개씩 주다가 요즘 18개만 넣어줘. 원재료, 임대료, 인건비 싹 다 올라서 어쩔 수 없어."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골목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A씨는 최근 들어 궁여지책으로 떡볶이 떡을 10% 덜 주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런다고 원재료 값이 얼마나 줄어들겠나 싶으면서도 워낙 가게 사정이 어렵다 보니 어쩔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1년 사이 하루 인건비는 7만원에서 9만원으로, 임대료는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쌀 한 포대는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랐다"며 "양배추, 고추장 등 가격 오른 제품을 일일이 열거하면 끝도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고객이 끊길까 봐 섣불리 가격을 올리지도 못한다는 A씨는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역대급 폭염과 태풍에 치솟은 원재료 값이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11월 금리 인상과 내년 최저임금 상승까지 임박해 자영업자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양배추 등 떡볶이 주요 원재료 도매 평균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15일 쌀 20㎏ 평균 도매가격은 4만8090원으로 1년 전 3만6100원에 비해 무려 33.2%나 올랐다. 평년 가격인 3만8973원과 비교해도 23.4%나 높은 수치다. 이날 양배추 8㎏ 도매가격 역시 95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나 뛰었다.

원재료 값 상승은 고스란히 외식 물가를 올려놓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김밥, 김치찌개, 삼겹살, 자장면, 삼계탕, 칼국수, 냉면, 비빔밥 등 주요 외식 8개 품목은 1년 전에 비해 모두 가격이 올랐다. 김밥 가격은 지난해 9월 2154원에서 올해 2231원으로, 김치찌개 백반은 5846원에서 6077원으로 올랐다.

을지로4가 재봉틀상가 내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최 모씨(65)는 "가게 위치가 골목 안인 데다 2층이라 올릴 수가 없다"며 "대부분 손님이 재봉틀상가에서 일하는 단골인데 이 사람들도 주머니에 돈이 없으니 밥을 사 먹으러 안 오거나 외상을 달아놓고 오랫동안 안 줘서 골목에서 마주치면 고개를 푹 숙이고 간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이용건(팀장) 기자 / 박대의 기자 / 김희래 기자 / 이희수 기자 / 강인선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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