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조용준의 여행만리]사랑으로 물들였네, 황금빛 일렁이는 비밀의 숲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월 한 달만 열리는 홍천 은행나무숲을 가다

아시아경제

10월 한달만 무료로 개방하는 비밀의 숲인 홍천 은행나무숲은 아내에 대한 남편의 애틋한 사랑이 깃든 곳이다. 지금부터 이달말까지는 은행잎이 바닥에 떨어져 노란 융단을 깐 듯 장관을 이룬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아픈 아내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비는 심정으로 은행나무를 한 그루씩 심었습니다. 그렇게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어느새 산골짜기 땅은 2000그루 은행나무 숲으로 변했습니다. 바람이 스산하게 불어오는 10월, 아내를 향한 남편의 따뜻한 사랑이 배어 있는 은행나무는 황금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연출합니다. 홍천군 내면에 있는 은행나무숲 이야기입니다. 숲은 올해도 어김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그것도 무료로 말입니다. 개인이 일군 숲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빗장을 연지 8년째입니다. 은행나무 잎이 절정에 다다를 때가 가장 좋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도 꽤나 낭만적입니다. 특히 이곳의 은행나무는 수나무라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은행을 줍기 위해 열을 올릴 이유도 없기에 그대로 자연 속의 여유를 만끽하면 그만입니다. 황금빛 은행나무숲을 볼 수 있는 시간도 이제 보름이 채 남지 않았습니다. 이 계절을 놓친다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그 황홀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해마다 10월이 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오직 1년 중 10월에만 빗장을 열어주는 비밀스런 풍경, 홍천 은행나무숲이다.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은행나무숲으로 모여든다.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

지난 주말 2000그루 은행나무숲이 황금빛으로 변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향했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주민들이 고랭지채소와 찰옥수수, 쌀찐빵 등 간식거리를 팔고 있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 하나를 건너면 은행나무 숲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사유지임을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 울타리를 돌자 숲은 느닷없이 다가왔다. 다른 수종(樹種)은 단 한 그루도 끼워주지 않은 5m 간격으로 완벽하게 오와 열을 맞춘 은행나무 2000그루가 도열해 있다. 빼곡한 은행나무 군락을 마주하는 순간 그만 숨이 멎는 듯 장관을 선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숲은 가을을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랑이 넘쳐나는 연인, 멋진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사진 애호가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려는 가족 등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이곳은 사실 관광지도 아니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간도 아니다. 순전히 한 개인이 가꿔놓은 숲이다. 이런 아름다운 숲을 내어 준건 아내의 병을 치유하기 위해 산골짜기로 들어와 숲의 친구처럼 살며 은행나무를 심어 온 부부의 수고로움이 녹아있다.

도시에서 살던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오대산 자락에 정착하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를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유래다. 그렇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주인은 가을의 장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2010년부터 1년 중 딱 10월에만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게 됐다. 은행나무 숲의 주인의 수고로움이 나무와 사람들의 만남을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잠시 숲길을 걷다 숲 언덕에 앉아 은행나무 사이로 가을하늘을 올려다보자. 노란숲과 파란 하늘은 도화지에 물감을 뿌려 놓은 듯 너무도 잘 어울린다. 은행나무들 사이로 내리쬐는 가을볕은 얼마나 싱그러운지, 그저 첩첩산중의 아름다운 보석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은행나무숲은 절정에 다다를 때가 가장 좋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때도 낭만적이다. 노란 융단처럼 깔린 은행잎을 좋아한다면 조금 더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때부터는 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 카펫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기라도 하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을 하늘로 날려보고 그 위에 뒹굴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느낀다.

이곳 은행나무들은 거의 열매를 맺지 않는 수나무이기 때문에 고약한 은행 냄새가 풍광을 방해하지 않는다.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 점도 있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다.

은행나무숲만 보고 돌아가기 아쉽다면 인근에 있는 삼봉약수나 칡소폭포로 가보자. 삼봉약수는 은행나무숲에서 멀지 않은 삼봉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2011년 천연기념물 제530호로 지정됐으며, 우리나라 3대 약수로 꼽힌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반딧불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약수를 마시고 산책을 즐겨도 좋다. 물 위로 떨어지는 낙엽들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만들어내는 칡소폭포와 오지마을로 불리는 살둔산장도 볼거리를 더한다.

홍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아시아경제

삼봉자연휴양림에 있는 삼봉약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행메모
△가는길=서울-춘천 고속도로 동홍천 나들목으로 나와 양양 방면 56번 국도를 탄다. 서석면을 지나 창촌삼거리에서 양양 방면으로 좌회전한 뒤 18km 정도 달리면 된다. 은행나무숲 부근에만 가도 차량들이 도로변에 늘어선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부족해 2차선 도로 양쪽에 주차한다. 간이화장실이 있으나 다소 불편하다는 점은 감수해야 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오전 일찍 둘러보고 주변 여행지를 찾는것도 방법이다.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