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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갈매기 보러 바다로? 안동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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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제비갈매기 6년째 안동호 찾아

30억 들여 전망대 등 설치하기로

권영세 경북 안동시장은 수년 전부터 외부 인사를 사석에서 만날 때 "내륙인 안동에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갈매기가 산다"고 한다. 권 시장이 말하는 갈매기는 까만 정수리에 노란 부리, 하얀 몸통에 회색 날개를 지닌 쇠제비갈매기〈사진〉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종으로 꼽힌다. 모래 위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어 생태 변화를 감지할 깃대종(種)으로 꼽히기도 한다.

조선일보

/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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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제비갈매기가 6년째 안동호를 찾아들자 안동시가 보호와 함께 본격적인 관광자원화에 나섰다. 내륙에선 보기 드문 새를 관찰할 탐조(探鳥)용 전망대를 설치해 안동호(湖)를 새 명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 5월부터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주변에 관광자원화를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30억원을 들여 유람선 건조, 전망대, 쇠제비갈매기 조형물 설치, 접안시설,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폭우로 수위가 높아져 모래섬이 잠길 경우 대형 부선(艀船)을 띄워 인공 모래톱을 만들기로 했다.

안동호에 쇠제비갈매기가 나타난 것은 2013년부터다. 상당수가 호주와 필리핀에서 날아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에서 조사한 결과 안동호로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날아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희천 경북대 생물학과 명예교수는 "안동호 모래섬 주위는 빙어 등 먹이가 풍부하고 천적도 없는 곳"이라며 "앞으로 개체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시는 쇠제비갈매기 번식기인 5~7월에는 고기잡이 배들이 새들의 서식지인 모래섬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관공선을 동원해 막고 있다. 4년 전엔 기존 서식지에서 60m 떨어진 바위섬에 모래를 부어 새들이 둥지를 틀 공간을 넓혀 줬다. 지난해엔 호주·일본·중국 등 국내외 조류학자와 환경 전문가들이 안동에서 서식지 보호를 위한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해안 지역에서 쇠제비갈매기 복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데이비드 프리델 박사는 "쇠제비갈매기가 내륙의 강 상류 호수에서 번식한 경우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라며 "지속적인 보존 노력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호 쇠제비갈매기는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졌다. 오는 25일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비밀'을 담은 영상이 KBS에서 방영된다.

한때 연간 4000여 마리가 날아와 국내 최대 쇠제비갈매기 서식지였던 부산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三角洲)에선 쇠제비갈매기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낙동강 하구의 모래 퇴적을 방해하는 보(洑) 건설, 서식지 인근의 건설 사업 등을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안동=권광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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