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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가족] 출산 후 살 빼면 되겠지? 배 속 아이 비만 체질로 바뀔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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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비만은 당뇨 위험 높여

난산·제왕절개 확률도 상승

임신 전 체중 따라 조절해야

임신부 체중관리 요령 임신부의 몸은 태아의 성장에 맞춰 급격히 변화한다. 자궁과 유방이 커지고, 산소와 에너지 공급을 위해 혈액과 지방량이 증가한다. 이로 인한 체중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고 음식 조절을 하지 않거나 ‘출산 후 빼면 되지’라며 방심해선 안 된다. 임신 시 과도한 체중 증가는 본인은 물론 아이의 건강마저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부 체중 관리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아봤다.

중앙일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는 임신 중 체중 증가 범위를 임신 전 비만도와 임신 주수에 맞춰 조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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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후 여성의 신체에는 극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먹는 양이 늘면서 혈액량은 약 1.4배 증가하고 유방의 무게는 1.4㎏, 체내 지방은 3㎏ 정도가 는다. 자궁이 커지면서 무게도 임신 전(60~70g)보다 15배 이상(만삭 시 약 1.1㎏) 증가한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홍순철 교수는 “임신 중 체중 증가는 태아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어머니라는 토양이 비옥해지는 과정”이라며 “일정 수준의 체중 증가는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과하게 살이 찌는 경우다. 상계백병원 산부인과 고지경 교수는 “임신부가 무조건 많이 먹어야 좋다는 건 잘못된 상식”이라며 “임신 전 체중과 임신 주수에 따라 체중을 관리해야 본인과 아이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산모에게 체중 증가는 임신성 당뇨병 위험을 높인다. 임신 중에는 태아의 영양 공급을 위해 태반 호르몬이 작용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고 기본 혈당이 올라간다. 이로 인해 전에 없던 당뇨병이 발생하는데 이를 임신성 당뇨병이라 한다. 체중 증가는 임신성 당뇨병의 방아쇠가 된다. 지방세포가 인슐린 작용을 억제해 당뇨병 위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지방세포 염증 반응 일으켜 혈관 손상

임신성 당뇨병인 경우 영양 공급이 증가해 아이도 크게 자란다. 난산·제왕절개 확률이 높아지는 반면에 출산 시 출혈·감염 위험은 커 산모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체중 증가는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중독증의 주원인이기도 하다. 고 교수는 “남는 에너지는 대부분 내장 지방으로 축적되는데 이로 인한 염증 반응으로 혈관이 손상돼 혈전증과 조산·사산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태아에게 산모의 영양 공급은 평생 건강의 초석이 된다. 영양 공급이 과하면 태어날 때만이 아닌, 자란 뒤에도 비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태아는 자궁 내 환경에 맞춰 대사 시스템을 정비한다. 배 속에서부터 출산 후를 준비하는 ‘태아 프로그래밍’ 과정이다. 이때 영양이 과하게 유입되면 태아는 이에 맞춰 지방 축적 등이 원활하도록 몸을 변화시킨다. 비만 체질로 변화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를 보면 임신 중 과도하게 살이 찐 산모의 아이는 만 3세 때 과체중일 위험이 적정하게 살이 찐 산모에 비해 최대 6배나 높았다.

임신 주수에 필요한 영양 공급을

임신부의 체중은 태아의 발달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합병증을 줄일 수 있는 범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려할 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임신 중 체중 증가량은 임신 전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에 맞춰 정해야 한다. BMI가 정상(18.5~24.9)이면 체중은 11.5~16㎏ 증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BMI 18.5 미만의 저체중은 이보다 많은 12.5~18㎏을, 반대로 BMI 25 이상 과체중은 7~11.5㎏을 증가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고 교수는 “과체중 산모는 축적된 지방이 쓰여 살이 조금 쪄도 태아 성장과 산모 신체 구성에는 큰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둘째, 임신 주수에 맞춰 체중 증가량을 설정해야 한다. 태아의 발달 속도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는 달라진다.

특히 입덧이 줄고 체중이 본격적으로 느는 임신 3개월 후가 중요하다. 이때는 임신 전 BMI에 따라 정상은 주당 0.4㎏, 저체중은 0.5㎏, 과체중 이상은 0.3㎏ 미만으로 체중 증가량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정상 체중을 기준으로 임신 3~7개월은 하루 350㎉, 10개월까지는 450㎉를 더 먹는 수준이다. 고 교수는 “우유 한 팩이 150㎉ 정도인데, 평소 규칙적인 식생활을 한다면 이런 간식을 추가로 1~2회 섭취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셋째, 음식의 양보다 질을 따져야 한다. 단백질·탄수화물·지방을 골고루 먹되 태아의 신경 발달에 필요한 엽산·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제품에 풍부한 칼슘·철분도 태아 성장 발달에 필요한 영양소다. 홍순철 교수는 “다만 철분은 임신 초기 변비나 소화 장애를 악화할 수 있어 임신 3개월 후부터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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