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뉴욕 김은별 특파원]다음달 아르헨티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지만 무역전쟁으로 악화된 미중 관계는 군사적 긴장감까지 겹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늦은 밤 대만 국방부는 미 해군 함정 두 척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미 군함의 이번 대만해협 항해가 '통상적인 통과'라고 강조했다. 미 국방부 역시 이날 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유도 미사일 구축함인 USS커티스 윌버와 유도 미사일 순양함인 USS앤티텀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며 "국제법을 준수한 통상적인 통과"라고 밝혔다.
롭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 해군은 국제법으로 허용되는 지역 어디든 비행하고 항해할 수 있다"며 미 군함의 대만해협 통과가 '항행의 자유'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미국과 중국이 보복관세 위협을 서로 주고 받던 지난 7월 11년만에 처음으로 이뤄진 후 3개월만에 재개됐다. 중국이 미 군함의 대만해협 진입을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행위로 보고 있는 만큼 이번 해군함정의 대만해협 통과는 다음달 미중 정상 간 양자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과 대만 섬 사이에 자리 잡은 대만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이 130㎞ 가량에 불과하다. 대만해협이 중국의 '앞바다' 격인 만큼 중국의 강력한 반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달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 구축함과 인근 해역을 항해하던 중국 구축함이 41m까지 붙어 충돌 직전의 대치 상황이 빚어진터라 중국은 미국의 '항행의 자유' 작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을 넘어 지정학적 팽창, 첨단기술 절취, 인권유린 등 다양한 분야로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확대하고 있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준수와 중국의 협정 당사국 포함을 주장하며 "그들이 제정신을 차릴 때까지 우리는 그것(핵무기)을 증강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백악관 관료들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에 대한 압박이 '이제 시작'이라는 뜻을 밝히고 있어 앞으로 미ㆍ중 긴장관계는 '뉴 노멀(New normalㆍ새로운 기준)'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적인 자리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고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 매긴 관세로 중국이 더 고통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향한 관세 조치를 오래 할 수록 자신이 더 많은 지렛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음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나더라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통상 분야 외에도 군사ㆍ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 '신냉전' 시대가 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냉전을 부흥시킨다면, 중국은 역학(Dynamics)관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첫번째 냉전 시대와 달리 현재 중국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양국 간 경제ㆍ무역 관계가 아예 단절된다면 신(新) 냉전이 도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이어질 것을 대비해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최대 1000억위안(약 16조원) 규모의 증시부양 펀드 마련 등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23일 중국증권협회(SAC)는 중국 내 11개 주요 증권사가 21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을 출자해 주식시장의 유동성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장사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산관리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SAC는 자산관리프로그램의 '실탄'을 초기 210억위안에서 향후 1000억위안 수준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