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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장자연 사건 수사 엉망”…57분만에 대충 끝낸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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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당시 부실수사 정황 공개

시늉만 한 압수수색

자필 기록된 장씨 수첩과 메모장

핸드백 안 다수 명함 등 핵심증거

초기 압수수색때 대부분 누락돼

수사관리도 부실투성이

장씨 통화내역 등 원본파일 없어

압수했다는 다이어리 복사본도

수사기록에 첨부안돼 내용 몰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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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14일 저녁 7시35분 경찰이 배우 장자연씨의 경기도 성남 분당 이매동 집을 압수수색했다. 장씨는 일주일 전인 3월7일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연예인 자살’ 사건으로 수사를 종료했지만, 나흘 뒤 장씨가 숨지기 전에 쓴 “성 상납 강요”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자 재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불과 57분 만에 끝났다. 압수물은 컴퓨터 본체 1대, 휴대전화 3대, 메모리칩 3개, 다이어리 1권, 메모장 1권, 스케치북 1건이 전부였다. 압수수색 범위와 대상도 ‘수사의 기본’을 무시하고 매우 제한적이었다. 경찰은 무슨 일인지 장씨의 침실 위주로만 압수수색을 했다. 장씨의 옷방은 살펴보지도 않았다. 장씨가 평소 사용하던 핸드백조차 열어보지 않았다. 핸드백 안에는 누군가의 명함이 여러 장 발견됐지만 이 역시 압수하지 않았다. 평소 글을 쓰고 메모하는 것을 좋아했던 장씨였다. 경찰은 침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수첩과 메모장을 확인하고도 대부분 방에 그대로 두고 나왔다.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8일 이처럼 당시 경찰이 장씨의 집과 차량 등을 건성으로 압수수색하고 중요한 증거물을 빠뜨리는 등 부실 수사를 한 정황을 공개했다. 조사단은 “당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장씨의 수첩 등 자필 기록과 명함 등 장씨의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가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 다수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또 경찰과 검찰 수사기록에 장씨 통화내역의 원본 파일이 첨부되지 않는 등 수사 관리도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당시 수사검사로부터 제출받은 장씨 통화내역의 최종 수정 일자가 통신사가 자료를 제공한 날짜와 시간적인 차이가 있다. 편집한 형태로 돼 있어 통신사로부터 받은 원본 파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씨의 휴대전화 3대에 대한 통화내역과 디지털 포렌식 결과물, 장씨가 사용하던 컴퓨터 등 핵심적 자료를 수사한 것으로 돼 있지만, 각각의 내용과 원본 파일이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씨의 주거지에서 압수했다는 다이어리와 메모장 복사본 역시 수사기록에 첨부되지 않아 그 내용을 알 수 없다고도 했다.

경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해놓고 실제로는 영장 신청을 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조사단은 “경찰 수사 기록상에는 ‘2009년 3월31일에 장씨 싸이월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했으나, 장씨가 메일과 쪽지 등 개인기록을 남겼을 가능성이 큰 싸이월드에 대한 영장 신청은 실제로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장씨는 2009년 3월 기업인, 방송 피디(PD), 유력 언론사 총수 일가 등에게 성 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과 검찰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를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고 성 상납 등 핵심 혐의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앞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장씨 사건 부실 수사 논란과 관련해 당시 검찰 수사팀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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