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판결을 위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열리는 대법정으로 행진하며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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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일제 강점기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사건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광복 후 73년만에 일제 강제징용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일본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30일 2014년 사망한 여운택 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상고 기각(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배상을 부정한 일본판결은 한국 헌법에 어긋나고, 한ㆍ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신일철주금은 가해자인 구 일본제철과 법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므로 배상책임을 져야 하고, 가해자인 신일철주금이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일본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일본 오사카지방재판소는 1941∼1943년 구 일본제철에서 강제노역한 여씨와 신천수(사망)씨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구 일본제철의 채무를 신 일본제철이 승계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2003년 10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그대로 확정했다.
그러자 이에 여씨 등 4명은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모두 “일본의 확정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ㆍ2심은 일본에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없는 이춘식(94) 씨와 김규수(사망) 씨에 대해서도 “구 일본제철의 불법 행위를 인정하지만, 구 일본제철은 신일본제철과 법인격이 다르고 채무를 승계했다고도 볼 수 없다”며 같은 결론을 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일본 법원의 판결 이유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적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라며 판결을 뒤집었다. 사건을 다시 심리한 서울고법은 이듬해 7월 원고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이 일본 최고재판소와 반대의 결론을 냄에 따라, 이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일본 정부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한국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당분간 한일 관계 냉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소송이다.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공모를 해 재판을 고의 지연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만큼 선고 결과는 검찰 수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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