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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승소 후 "서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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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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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나까지 4명인데 혼자 재판 받아 (마음이) 많이 아프고, 눈물도 많이 나고, 서럽고, 기분이 안좋소. 조금만 참고 기다렸으면 좋았을 텐데... 복이 없어서 가서 이거(승소)를 못 봐서 서럽소. 아주 서럽기 짝이 없다”

13년에 걸친 손해배상 소송 끝에 결국 승소했지만 이춘식(95) 할아버지는 눈가에 눈물이 매친 채 밝힌 그 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함께 이 소송을 진행했던 다른 이들이 노환으로 별세해 승소를 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를 지켜본 이씨는 쓸쓸한 표정으로 법정을 나왔다. 이씨가 충격을 받을까봐 다른 소송 당사자 3명이 모두 숨지고 홀로 살아있다는 사실을 소송 대리인과 관계자들이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이날 소송을 함께 제기했던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사망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오늘 와보니 나 혼자다. 같이 살아서 왔다면 마음이 안 아픈데, 혼자 오니 슬프고 서운하다”면서 “눈물이 많이 나오고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울먹였다.

지난 6월 고인이 된 소송 당사자인 김규수씨의 배우자인 최정호씨는 “조금만 일찍 판결이 났으면 본인이 그렇게 한이 됐던 멍울을 풀고 가시기 전에 좋은 날을 맞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씨는 승소 심경을 묻자 ‘서럽다’고 답했다.

이씨는 강제징용 당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포크레인이 없어서 무거운 것(철근, 고철 등)들을 (탄광 속) 열차에 올리는 일을 했다”며 “윗옷을 벗고 일했는데도 일을 마치면 땀이 흥건하게 젖었다”고 대답했다.

이씨는 피고인 신일철주금 측에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묻자 “한국이 판결 잘했으니 자기들도 시원하겠지”라고 대답하며 회견장에 있던 취재진들과 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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