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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5·18 민주화 운동 진상 규명

"10~30대, 학생에서 주부까지...계엄군 성폭행 17건" 5·18 공동조사단, 상세 정황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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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5.18민주화운동 당시 포승줄에 묶여 계엄군에 연행되고 있는 시민들.│광주시 제공.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10대~30대 여성들을 성폭행했으며 연행한 여성 시위자에게는 성고문을 자행하고,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여성들에게도 성추행 등 폭력을 저지른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계엄군이 이동해가면서 광주 시내에서 외곽으로 성폭력 발생 범위도 넓어진 것으로 정부 공식 조사에서 확인됐다.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은 “5·18 당시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행 피해 총 17건과 연행·구금된 피해자 및 일반 시민에 대한 성추행·성고문 등 여성인권침해행위를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문헌을 통해 찾아낸 사례 5건, 상담종결된 2건을 제외하고 10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7건은 계엄군이 저지른 성폭행에 대한 것이었고 1건은 성추행 신고, 2건은 목격 진술이었다.

공동조사단은 사건 당시 피해자들의 나이, 직업 등과 성폭력이 일어난 시기,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성폭행은 주로 시민군이 조직화하기 전인 5월 19일에서 21일 광주 시내에서 발생했다. 피해자 나이는 10대에서 30대 사이였으며 직업은 학생, 주부 등 다양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총으로 위협당하는 상황에서 군복을 입은 다수(2명 이상)의 군인들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연행·구금된 여성 피해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성고문을 비롯한 여러 폭력에 노출됐다. 시위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 임산부 등 일반 시민들에 대한 성추행 등 성폭력도 벌어졌다. 공동조사단은 “사건 발생 장소가 광주 시내에서 외곽으로 옮겨갔는데, 당시 계엄군 상황일지를 통해 확인한 병력배치나 부대이동 경로와 유사해 진술의 신빙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피해자들의 증언도 일부 공개했다. 피해자들은 “지금도 얼룩무늬 군복만 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힘들어요”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인생이 멈춰버렸어요”라고 말해, 수십년이 지나도록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조사 이전에도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여성들은 당시 성폭력·성고문이 자행됐다고 증언해왔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의 자료를 보면 당시 연행된 한 여성은 1996년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수사관이 옷을 다 벗기고 ‘몇 명이랑 자 봤느냐’는 입에 담기 민망한 폭언과 만행을 저질렀다” “고문으로 생살이 터지고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로잡혔다”고 말했다. 공동조사단은 “가해자를 조사할 권한이 없고 시간이 제한돼 당시 발생한 성폭력 전체를 확인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차라리 죽고 싶었다"는 5·18 고문 어땠길래…증언으로 본 실태

지난 6월 출범한 공동조사단은 31일로 활동을 종료하고, 곧 출범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이번 조사 결과를 넘길 예정이다. 진상규명조사위 출범 전까지는 광주광역시 통합신고센터에서 피해사례를 더 접수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피해자 면담조사한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심리치료를 지원한다.

후속 조사가 신속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진상규명조사위 설치 근거가 만들어졌으나 자유한국당이 위원을 추천하지 않아 아직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31일 성명을 내고 “앞으로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조속히 출범해 해당 성폭력 피해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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