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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창살이 가둔 것은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과 양심을 저버린 민주주의이기도 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박상욱씨(25)는 1일 대법원 판결 직후 취재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자 오모씨(34)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2004년 이후 양심적 병역거부에 '유죄' 입장을 견지해 온 대법원이 14년만에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 등 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선고 직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박씨와 오랜 시간 병역거부자들을 변론해 온 김수정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올해 9월말 출소한 박씨는 "선고를 지켜본 뒤 이 자리에 서니 감회가 새롭다"며 "무죄 판결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파기 판결 역시 14년전 유죄 판결에 비하면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 자신의 내면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고통에 공명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오늘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걸린 14년은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바친 연대의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오늘 판결에서 '공동체와 다를 수 있는 자유'란 표현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그 문장 하나만으로도 감격스럽다"며 "검찰은 법원에 계류돼 있는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더 합리적이고 인권적인 대체복무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은 "대체복무제를 위해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현재 준비되는 안은 고약하고 부당하다 생각한다"며 "유엔과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 기간의 1.5배 이상으로 하는 것은 징벌이라고 권고한 만큼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를 받은 오씨는 2013년 9월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져 원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2016년 7월 상고를 제기했다. 오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계류된 유사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된 상고심 사건 수는 200건을 넘는다.
한편 지난 6월 헌재는 정당한 사유 없는 입영통지 불응 등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조항은 합헌이지만, 병역법이 대체복무제 여지를 두지 않은 것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19년말까지 대체복무제 관련 입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안채원 인턴 기자 codnjsdl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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