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심리중이던 227건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 전망
하급심 포함 재판중이던 930명 대부분 무죄 내려질 듯
현재 수감중인 97명과 과거 유죄 1만9000명은 소급 안돼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종교와 개인적 신념 등 양심적 사유에 따른 병역거부를 처음으로 인정하면서 현재 계류된 수백건의 다른 재판에도 동일한 취지의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반면 종교나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해 이미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중인 97명은 수감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과거 사건에는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은 현재 총 227건의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을 심리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취지에 맞게 이들 사건에 무죄판결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급심으로 범위를 확대하면 전국 법원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가 9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병역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대체복무제 도입을 주문했다. 이어 대법원은 이날 양심적 병역거부가 형사상 무죄라며 기존 판례 입장을 바꿨다.
대법원은 지금까지 2004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유죄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하급심에선 이에 반하는 무죄 선고가 110여건 가량 나왔다. 특히 하급심 무죄 판결은 지난해 44건, 올해 상반기 28건 등 최근 들어 크게 늘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엇갈렸던 법원의 판단이 무죄로 최종 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소재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헌재와 대법원이 입장을 명확히 정한 만큼 하급심의 일선 판사들도 이에 맞게 일관된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검찰은 병무청이 입영 및 집총 거부자들을 병역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면 기소해왔다. 그러나 지난 6월 헌재의 대체복무제 없는 병역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는 처분을 보류해왔다.
대법원은 판결에서 “(병역거부의)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사실은 범죄구성 요건이므로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입영 및 집총 거부자에 대해 그 사유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만 재판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정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거나 이미 형기를 마친 경우 이번 대법원 판결의 효력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로 과거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던 사람이 다시 무죄를 받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처벌자는 총 1만 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자에 대해 사면 등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는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백종건 변호사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별사면을 청원했다.
서울변회는 “그동안 우리 사회는 대체복무제 마련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채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젊은이들을 형사처벌해 전과자로 만드는 잘못을 반복해 왔다”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 인정되고 인권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될 특별사면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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