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심적병역 거부와 관련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주재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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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이기민 기자]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인정했지만 후폭풍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정당한 병역 거부 사유인 '종교적 신념'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추후 마련될 대체복무제도가 균형을 잃을 경우 군필자와 대체복무자 사이 불평등 논란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양심을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하여야 한다"고 정의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병역 거부를 주장하는 사람의 가정환경과 성장 과정, 학교생활, 사회 경험 등을 두루두루 평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현재 전국 법원에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이 수백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이들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양심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검사가 탄핵하는 식으로 신빙성을 따질 예정이다. 법무법인 해마루의 임재성 변호사는 "대체 복무제 시행 국가가 30여개가 넘는다"며 "양심을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독일은 병역 거부자들에 대해 소극적인 심사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폭력 전과, 총기 휴대 면허 유무 등을 통해 폭력적 성향 등을 조사하는 식"이라며 "어떤 국가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한) 현역 병력자원의 문제나 국가 안보의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심'의 진정성을 판단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대법관들 역시 이를 놓고 의견대립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수 의견을 낸 김소영, 조희대, 박상옥, 이기택 대법관은 "병역거부와 관련된 진정한 양심의 존재 여부를 심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법관들 역시 의견이 갈리는 상황에서 일선 법원의 재판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헌법학)는 "징병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려면 범위가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며 "다만 그럼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취지가 사라지는 딜레마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징병제를 유지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도입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징병제도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군필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쉽지 않다"며 "궁극적으로 모병제나 복무기간의 획기적인 단축이 고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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