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단풍놀이도 끝물을 향해간다. 앙상해진 나무를 보면 괜히 마음이 시리다. 어쩌면 11월 이맘때가 1년 중 가장 견디기 힘들다. 달력을 봐도 빨간날 하나 없지 않은가. 날은 급격히 추워지고 마음은 헛헛하다. 이 시기에는 국내 어디로 떠나도 휑한 풍경뿐이다. 이렇게 애매한 날엔 똑 부러지는 테마 하나 정해서 떠나는 편이 낫다. 이를테면 '책방 여행' 같은 거 말이다. 으리으리한 대형 서점 말고 '작은' 책방이어야 한다. 허한 마음을 채우는 일은 의외로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여행이 될 터이니. 한국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특색 있는 작은 책방 6곳을 추렸다. 시끌벅적한 홍대 앞에도, 이름 모를 농부의 텃밭에도 소소한 매력을 듬뿍 담은 책방이 있다.
◆ 왁자지껄 홍대에 이런 곳이? - 경의선 책거리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새로운 명소가 생겼다. 폐철도 용지에 조성한 경의선숲길이다. 경의선 일부 구간(6.3㎞)을 지하로 만들면서 지상에 남은 폐철도 용지를 공원으로 만든 것인데, 이 중 홍대입구역 6번 출구부터 와우교까지 250m가량에 책거리가 자리한다. 문학·여행·인문·예술 등 분야별 책방 6곳이 들어서고, 포토제닉한 조형물도 설치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책 전시와 판매는 물론 강연과 낭독, 저자와의 만남, 체험, 교육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책으로 마음을 채운 다음 배를 채울 차례다. 길을 따라 산책하면서 연남동 쪽으로 이동하자. 소문난 맛집과 카페, 공방, 마켓, 책방이 많아 경의선숲길 중 가장 붐빈다. 범위를 조금 넓혀보자. 월드컵공원의 하늘공원은 요즘 은빛 억새 물결이 장관이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5길, 경의선 책거리
◆ 책과 즐기는 문화생활 - 파주출판도시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아시아 출판 문화정보센터. 높이 8m에 달하는 서가에 책 13만여 권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모두 기증 받은 책이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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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엔 책을 테마로 만들어진 동네가 있다. 바로 경기도 파주의 출판도시다. 파주출판도시에는 국내 내로라하는 출판사들이 둥지를 틀고 책 판매는 물론 갖가지 문화 행사를 진행한다. 파주출판도시의 중심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독서 문화 공간 '지혜의 숲', 북 스테이를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지지향', 출판도시 활판 인쇄박물관 '활자의 숲' 등이 전부 이곳에 있다. 개성 만점 책방과 북카페 등이 회동길과 광인사길을 따라 들어서 있는데, 갤러리와 전시관, 박물관이 더해져 심심할 겨를이 없다. 연계할 수 있는 관광지는 마장호수흔들다리와 감악산출렁다리. 아름다운 단풍과 빛축제가 펼쳐지는 벽초지문화수목원이 마장호수에서 지척이다. 오두산통일전망대와 지난 9월에 전면 개방한 파주 장릉도 꼭 들러보자. 경기 파주시 회동길(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출판도시문화재단, 출판도시안내센터
◆ 오붓한 책방에서 가을 사색 - 원주 작은 서점
강원도 원주의 작은 서점 스몰굿씽의 내부 공간. 동네 사랑방 같은 이곳에선 드로잉과 글쓰기 강좌도 진행된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
경의선 책거리와 파주출판도시가 너무 번잡하다 느낀다면 원주로 가자. 원주의 책방은 오붓하다. 산골마을의 골목골목에 문을 열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흥업면의 '터득골북샵'. 출판 기획자와 동화 작가 출신 주인 내외가 산골에 터를 잡은 서점이다. 이곳에서는 북 스테이와 차 한잔의 휴식이 곁들여지며, 작은 숲속 캠프도 열린다. 마음, 삶을 주제로 다양한 서적과 동화책을 갖췄다. 판부면의 '스몰굿씽'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에서 이름을 따왔다. 1000종 넘는 책이 있으며, 드로잉과 글쓰기 등 강좌도 진행한다. 원주역 인근의 '책방 틔움'은 독립서적 전문 책방이다. 카페를 개조해 문을 열었다.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는 책과 인문학 등을 주제로 심야책방을 진행한다. 11월엔 '술의 인문학'을 테마로 술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란다. 원주엔 작은 서점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박경리문학공원, 작은 갤러리와 근대사를 간직한 반곡역사, 예술과 관광 명소가 된 뮤지엄 산, 원주소금산출렁다리도 가을 정취가 좋다. 강원 원주시 일대, 원주시청 관광과
◆ 가정집 서점에서 북스테이 - 괴산 숲속작은책방
여행도 떠나고 싶고 책도 읽고 싶다면 괴산 미루마을의 숲속작은책방으로 떠나자. 일단 풍경이 예쁘다. 기와를 인 이층집 앞엔 푸른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다. 마당엔 커다란 오두막과 해먹이 걸린 정자가, 데크에는 테이블과 의자도 놓았다. 나무 담장 옆 간판이 없으면 이곳이 서점인지 모를 정도다. 미루마을은 한 대학교 동창들이 조성한 전원 마을이다. 57가구가 모여 살면서 태양열과 지열로 전기를 만들어 쓴다. 숲속작은책방은 출판사에서 일하던 백창화 씨가 만들었다. 아들을 위해 어린이 책을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 책방의 시작이다. 책방엔 주인장의 애정이 듬뿍 묻어 있다. 부부가 권하는 책에는 일일이 소개 글과 감상을 적어 띠지로 둘렀다. 침대와 책꽂이가 놓인 다락방에서 하룻밤 묵는 북 스테이도 가능하다. 괴산에는 화양구곡과 산막이옛길 등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이 많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미루길, 숲속작은책방
◆ 책과 함께 놀아요 - 광양 농부네 텃밭도서관
광양 농부네텃밭 도서관에서는 미니 짚라인, 줄배 등 다양한 놀이 시설을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 = 한국관광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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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 서점에 이어 소개할 곳은 텃밭 서점이다. 이름처럼 농부네 텃밭에 자리한 이곳은 책방이라기보다 놀이터에 가깝다. 광양시 진상면에 자리한 '농부네텃밭도서관'은 주변의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는 모험 놀이터다. 작은 연못에서 줄배를 타고, 마당 위를 날아다니는 미니 짚라인도 탈 수 있다. 모든 것은 서재환 관장이 손수 만들었다. 텃밭도서관이 처음 문을 연 것은 약 20년 전. 지역에서 마을문고를 운영하던 서 관장이 자기 집 텃밭으로 도서관을 옮겨온 것이 시작이다. 농부네텃밭도서관 인근에는 옥곡5일시장이 있다. 몇 해 전부터 여러 편의시설까지 갖추고 '도시형 관광 시장'으로 손님을 맞는다. 이순신대교홍보관, 멀리 여수와 순천, 하동, 남해까지 내려다보이는 구봉산전망대, 가을 전어가 유명한 망덕포구도 광양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다. 전남 광양시 진상면 청도길, 농부네텃밭도서관
◆ 복닥복닥 복합문화공간 - 대구 물레책방
대구엔 작은 서점들이 많은데, 이 중 수성구의 '물레책방'이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2010년 문을 연 물레책방엔 인문학과 사회과학 책이 가득이다. 겉에서 보기엔 허름한 헌책방이지만, 안에 들어가면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복합 문화 공간이다. 물레책방에 진열된 책은 약 3만권. 대구 문인의 작품이 있는 서가가 특별하다. 물레책방에서는 저녁 시간에 영화 상영회, 콘서트, 저자와 만남 등 매달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연인과 함께라면 책방을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수성못으로 향해보자. 주말이면 흥겨운 버스킹 명소로 변신한다. 수성못 앞 들안길먹거리타운에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쓴 이상화 시인을 기리는 상화동산과 시문학거리, 대덕산 아래 들어앉은 대구미술관, 새로 단장한 고모플랫폼208까지 둘러보면 완벽한 가을 여행이 완성된다. 대구 수성구 달구벌대로492길, 수성구청 관광과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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