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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왜 일본까지 가? 깔끔하고 세련된 우리 온천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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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신흥 온천 명소 4곳

서해 일몰 바라보는 석모도 미네랄온천

료칸 부럽지 않은 노천탕 청송 솔샘온천

부산 기장 힙스터의 온천장 워터하우스

워터파크의 비밀 공간 티키아일랜드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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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국내에서 분위기 좋은 온천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사진은 석양이 보이는 석모도미네랄 온천.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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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차갑고 수은주는 영하로 내려갔다. 바야흐로 온천의 계절이 돌아왔다. 뜨끈뜨끈한 물에 온몸을 담그러 짐을 꾸려야 할 때다. 모락모락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온천탕을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여행지로 삼는 곳은 특급호텔 온수풀이나 워터파크가 대부분이다. 언제부터인지 국내 유명 온천 관광지는 젊은 여행객도, 가족 여행객도 기피한다. 음식점·술집 등 유흥시설에 파묻혀 네온사인만 번쩍거린 탓이다.

그래도 모든 온천이 촌스럽다는 생각은 성급하다. 온천물만큼이나 뜨거운 여행지가 된 곳이 많다. 특히 개장한 지 5년이 안 된 신흥 온천에서 ‘온천의 반전’을 만끽할 수 있다. 맛집과 커피숍이 들어선 상점가에 자리하는가 하면, 이국적인 분위기로 꾸민 온천탕도 있다. 분위기 만점인 신흥 온천 명소 4곳을 꼽았다. 뜨거운 온천물에 몸도 마음도 스르르 녹을 만한 여행지다.

하늘도 온천도 붉게 물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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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일몰을 볼 수 있는 석모도 미네랄온천. [사진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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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인천 강화군 내가면(강화도)과 삼산면(석모도)를 연결하는 석모대교가 개통했다. 배가 끊기면 하릴없이 하룻밤을 묵어야만 했던 섬의 낭만(?)은 사라졌지만,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석모도의 인기는 고공행진 하고 있다.

석모대교가 놓인 이후 석모도에서 가장 뜬 여행지가 ‘석모도미네랄온천’이다. 2015년 삼산면 해안가에서 우연히 온천이 발견됐고, 강화군청이 온천공(온천이 용출되는 구멍)에서 2㎞ 떨어진 자리에 온천장을 개발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온천은 개장하자마자 이목을 끌었다. 바다를 코앞에 둔 덕분이다. 올해만 벌써 25만 명이 방문했고, 주말 하루 평균 1400명이 찾아온다. 주말에는 1시간을 기다렸다가 입장해야 할 정도다. 대기자를 위해 매표소 앞에 족욕탕을 운영한다. 실내탕은 남녀 구분된 목욕탕이지만, 노천탕은 남녀 혼탕이다. 수영복을 입고 물에 들어간다. 온천에서 래시가드 재질의 온천복(2000원)도 빌려준다.

온천에 가장 사람이 몰리는 시간은 일몰 전후다. 노천탕에 몸을 푹 담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서해에 뉘엿뉘엿 잠기는 해를 바라볼 수 있어서다. 낙조가 드리우는 날에는 하늘도 바다도 욕조 속 온천물도 붉게 물든다.

석모도 온천을 운영하는 강화군시설관리공단의 구창회 소장은 “일몰 풍경을 보러 온천에 왔다가 효능이 탁월한 온천물에 반하고 돌아가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실제로 온천은 지하 460m에서 끌어올리는데, 온도가 51도나 된다. 한겨울에도 물을 데울 필요가 없다. 해수가 섞인 온천물은 바닷물처럼 짜고 끈적끈적하다. 온천을 마치고 비누로 씻지 말고 자연스럽게 물기를 말려 미네랄 성분을 흡수하는 게 좋다. 어른 9000원.

한일 목욕 문화의 절묘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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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 솔샘온천은 한국과 일본의 목욕탕을 합친 듯한 노천탕을 품고 있다.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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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송은 오지로 꼽히는 고장이다. 서울(605㎢)보다 넓은 땅(846㎢)에 인구는 2만500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조용한 벽촌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주왕산국립공원 맞은편에 ‘대명리조트 청송’이 개장한 것이다. 313개 객실을 거느린 리조트는 첩첩산중 청송으로 여행객을 끌어오는 1등 공신이 됐다. 리조트에 딸린 천연온천 ‘솔샘온천’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까지 온천 이용자가 22만 명에 달한다.

2015년 청송군청이 청송군 부동면에서 온천공을 발견했고, 대명호텔앤리조트가 온천공 주변 대지를 매입하면서 리조트 건설 계획이 잡혔다. 대명리조트 임직원이 TF를 꾸려 경북 울진 덕구온천, 충남 아산 도고온천과 일본 온천 도시 벳푸(別府)까지 탐방한 끝에 ‘노천탕’에 승부를 거는 온천 리조트를 구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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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샘온천의 히노키 욕조. 양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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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샘온천 노천탕은 “일본식 온천과 우리나라 목욕탕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대명리조트 청송 노필홍(40) 파트장의 설명이 꼭 들어맞는 모양새다. 편백으로 만든 욕조를 놓았거나 하늘이 뚫린 온천탕 주변에 정원이 꾸려진 꼴이 일본의 여느 온천 같다. 반면에 노천탕 내부에 강력한 버블로 목·종아리·허리의 근육을 풀어주는 기능탕을 설치한 것은 영락없는 한국 목욕탕의 모습이다.

솔샘온천은 황산나트륨이 함유된 온천수가 공급된다. 황산나트륨이 부드럽게 각질을 녹여, 온천을 끝내고 나오니 때를 밀지 않아도 피부가 매끄러웠다. 리조트에 묵지 않아도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 남녀 탕이 분리돼 옷을 벗고 입욕한다. 어른 1만2000원. 투숙객은 입욕료를 20% 할인해준다.

워터파크보다 물 좋은 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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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키아일랜드스파 노천탕. 롯데워터파크 본관 2층에 있는 사우나 안에 있다. [사진 롯데워터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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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경남 김해에 개장한 롯데워터파크에는 워터파크보다 물 좋은 사우나가 있다. 수질이 뛰어난 온천 사우나 ‘티키아일랜드스파’ 얘기다. 스파에는 모두 6개 탕이 있는데, 이중 노천탕·온탕·히노키탕 3곳에 천연 온천수가 공급된다.

롯데는 워터파크 부지를 개발하면서 일찌감치 온천의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워터파크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김해의 유명 온천장 장유 온천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예상대로 2012년 지하 500m에서 온도 27도의 온천이 발견됐다. 그러나 면적 12만2777㎡에 달하는 초대형 물놀이장을 채우기에는 용출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어쩔 수 없이 롯데는 워터파크 본관 2~3층에 있는 스파에만 온천수를 쓰기로 결정했다.

스파에만 온천수가 공급되는 까닭에 롯데는 온천을 특별히 홍보하지 않았다. 그런데 부산에서 워터파크가 아니라 사우나를 즐기러 찾아오는 방문객이 많아졌다. 티키아일랜드스파의 물이 남다르다고 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롯데워터파크 윤다인 매니저는 “티키아일랜드 온천수는 바닷물과 담수가 오랜 시간 결합해 소금기가 있는 데도 끈적임 없다”며 “나트륨과 칼슘이 바닷물보다 2000배 많이 함유돼 있다”고 설명했다. 물이 유난히 매끈거린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와 롯데워터파크를 찾는다면, 아이들은 워터파크에 풀어 놓고 부모는 티키아일랜드스파로 직행해도 좋다. 겨울에는 실내 워터파크만 운영되는데, 스파에서 실내 워터파크가 내다보인다. 아이들이 씻고 뒷정리를 마치도록 도와주는 직원도 있다. 어른 1만3000원부터.

아이들이 즐거운 물놀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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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의 온천 시설, 워터하우스. SNS 인증샷 장소로도 유명하다. [사진 아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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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산지로만 알려졌던 기장이 별안간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났다. 지난해 7월 해동용궁사 인근에 ‘아난티 코브’가 들어서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난티 코브는 호텔·리조트 개발 업체 아난티가 만든 7만5837㎡(2만3000평) 규모의 휴양단지다. 기장 바다를 따라 1㎞ 뻗은 상점가에 숙박시설과 대형 서점·소품 가게·레스토랑이 조성됐다.

여느 바닷가 휴양지라면 추워질수록 을씨년스럽겠지만, 아난티코브는 겨울에도 여름처럼 사람이 북적북적하다. 따뜻한 물놀이를 즐기러 아난티 코브 온천 시설 ‘워터하우스’를 찾는 여행객이 많아서다. 아난티는 휴양 단지를 개발하면서 2015년 우연히 온천이 터지자 설계 도면을 바꿔 온천 시설을 계획했다. 그 결과 워터하우스가 탄생했다. 지하 600m에서 하루 1000t씩 뿜어져 나오는 온도 26도의 천연 온천수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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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워터하우스 노천탕. [사진 아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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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하우스는 규모로만 보면 작은 워터파크 같다. 아난티 타운 지하 2~4층에 조성됐으며 면적이 6611㎡에 달한다. 남녀노소 함께 이용하는 시설이라 워터파크처럼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 미끄럼틀이나 어트랙션 같은 놀이기구는 없다. 수심이 낮은 키즈풀은 있다. 작은 튜브를 들고 가도 된다.

아이들은 널찍한 실내 풀장을 좋아하지만, 어른이 반할만한 공간은 인피니티 풀이다. 바다와 수영장이 맞닿은 풀로, 바다까지 시야가 뻥 뚫린다. 온천에 몸을 담근 채 광활한 동해를 바라보는 장면은 최근 SNS의 대표 인증샷 중 하나다. 워터하우스 안에 주전부리를 파는 매점이 있다. 부산오뎅(5000원), 떡볶이(5000원)가 인기 메뉴다. 종일권 주중 기준 어른 6만원.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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