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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민노총 압력에 무너져버린 '탄력근로제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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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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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입법을 연내에 처리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회의에서 국회 탄력근로제 입법 논의를 연기하자고 발언한 지 하루만이다. 탄력근로제는 업무 특성과 계절적 요인에 따라 일정 기간 근무시간이 늘어날 수 있는 업종에 대해 최장 3개월 단위기간을 기준으로 주 52시간을 맞추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재계는 이 3개월을 6개월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 경사노위가 출범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노동계와 경제계가 동의해 논의하겠다고 하면 국회에서도 기다렸다가 그 결과를 입법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또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경사노위 논의를 지켜보고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입법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은 지난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올해 안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골자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었다. 합의 18일 만에 여당이 말을 바꾼 셈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하며 ‘연내 처리’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문 대통령이 어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어렵게 합의를 이뤄낸 탄력근로제를 뜬금없이 연장·보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도대체 대통령은 민주노총에 어떤 빚을 졌기에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업의 고충을 멀리하는 것인가. 국민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국회 환경노동위 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국회에 부탁해 (확대 적용을) 연기하겠다고 한다"며 "도대체 이 나라 대통령이 맞나. 여야가 합의한 대로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까지 나서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기업이 있어야 노동자가 있고, 노동자가 있어야 노조가 있다"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 대통령은 각성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기업인들이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이 주52시간 근로제"라며 "획일적 규제로 기업이 납품 기일을 맞추지 못하고 생산이 위축되며 근로자 소득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은 여야정 협의체의 합의사항이다. 정부·여당은 다시 협치를 무너트릴 생각인가"라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적용은 이번 국회 회기 내에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민주당과 정책 공조를 이어왔던 민주평화당도 탄력근로제 국회 처리 연기에 대해 반대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입법권은 국회에 있는데 경사노위 논의를 반드시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정기국회 내에 시한을 정해 처리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정기국회를 넘길 수는 없다. 연내 입법처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경사노위의 합의를 기다려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제안에 찬성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논란이 되는 탄력근로 확대 문제는 원래 올해 안에 처리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며 "그러나 중요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가 출범해 논의하겠다고 한다면, 국회에서 기다렸다 그 결과를 입법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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