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년 대법원장 집무실·외부 식당 등에서 접촉
임종헌 시켜 변호사와 외교부 의견서 제출 계획 진행
박근혜 청와대·사법부·피고 ‘삼각거래’ 결정적 단서
일제 강제징용 소송을 두고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은 지난해 6월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는 모습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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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70)이 2015~2016년 대법원장 집무실 등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사건 가해자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3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의 한쪽 대리인과 따로 접촉한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은 이 만남을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거래에 관여한 결정적인 단서로 보고 있다.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김앤장 소속 한모 변호사(68)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양 전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가 최소 3차례 만나 강제징용 사건을 논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시기는 2015년에 두 차례, 2016년에 한 차례 만났고 장소는 대법원장의 집무실과 외부 식당 등이다.
두 사람이 만난 시기는 대법원과 청와대가 일제 강제징용 사건을 두고 ‘재판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받는 때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일본 전범기업인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의 대리인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대법원은 2012년 신일철주금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해놓고도 ‘박근혜 청와대’가 반대하자 확정판결을 미루며 재판을 뒤집거나 지연시킬 방법을 모색했다. 대법원은 외교부에 ‘이대로 확정되면 일본과 외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서를 요청하고,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되는 전원합의체에 사건을 회부한 후 이 의견서를 근거로 판결을 뒤집는 방안을 추진했다.
검찰은 실무를 맡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구속 기소)이 한 변호사와 주로 접촉했지만, 중요 국면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한 변호사를 만나 자신의 정확한 입장을 전달하고 재판 진행 논의를 했다고 본다.
이는 재판거래 정점의 인물이 양 전 대법원장임을 입증할 주요 단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는 임 전 차장이 청와대와 양 전 대법원장의 뜻을 이행하려고 한 변호사와 접촉하는 장면이 나온다.
임 전 차장은 2015년 4~5월쯤 재판을 뒤집기 위한 첫 단추로 외교부에 의견서를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자 한 변호사에게 ‘피고 측이 나서서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취지의 서면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임 전 차장은 김앤장의 촉구서가 대법원에 접수될 때까지 한 변호사와 비밀리에 연락을 취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원고 측 몰래 ‘사법부-행정부-피고’의 삼각거래가 작동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한 변호사를 만났을 때 외교부 의견서 접수 계획에 이어 전원합의체 회부 방침까지 설명했다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압수수색 받은 ‘김앤장’ 3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로비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소송을 두고 ‘재판거래’를 하는 데 관여한 의혹으로 일본 전범기업 측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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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변호사는 당시 강제징용 소송을 직접 대리하지는 않았지만 김앤장에서 소송 전반 업무를 총괄하는 송무팀을 이끌고 있었다. 판사 출신으로 같은 민사판례연구회 출신인 양 전 대법원장과 평소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재직 때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조사국장,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장(현 의정부지법원장), 법원도서관장 등을 거쳤다. 1998년 법복을 벗고 김앤장에 합류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같은 김앤장 소속의 곽병훈 변호사(49)의 사무실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곽 변호사는 2015~2016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낼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밑에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의 가교 역할을 하며 일제 강제징용 등 재판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미덥·유희곤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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