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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내년 최저임금 결정구조 바꿀 것…탄력근로제 6개월 단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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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작용 완화·경제 활력’ 투트랙 정책구상 밝혀

“소득주도성장 기조 그대로…사각지대 안전망도 보강”

진보 “우클릭 우려”…보수야당 “정책 바뀌는 게 없다”

경향신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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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꿔 2020년부터는 새로운 기준에 의해 결정된 최저임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은 6개월로 늘리는 방안에 무게를 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격주 보고 정례화를 요청하는 등 소통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은 지불능력이나 시장 수용성, 경제파급 영향을 감안해 결정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상승률과 금액, 산입범위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는 “여러 가지 지표와 지불능력을 봐서 합리적인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설정하면, 최저임금위원회가 구간 범위 내에서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이원적인 방식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고 고용노동부가 이를 받아들여 고시하는 절차로 결정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고 2020년 최저임금부터 바뀐 기준대로 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미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확정된 만큼 내후년부터 적용될 것이란 얘기다.

홍 후보자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청문회 답변서에서도 “저임금 근로자 생활 안정, 양극화 해소 등을 감안할 때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탄력근로시간제 단위 기간 확대와 관련, 홍 후보자는 “현행 3개월에서 6개월 정도로 먼저 완화하는 게 수용도가 가장 높지 않을까 한다”면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력근로를 필요로 하는 업종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큰 틀을 건드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홍 후보자는 청문회 모두발언에서 부총리에 임명되면 전방위적 경제활력 제고,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경제사회의 포용성 강화, 미래 대비 투자 및 준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는 그대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의 효과도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혁신을 민간이 한다면 포용은 국가가 하겠다”면서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등 기존 사회복지 망을 보다 두껍게 하면서 내년 한국형 실업부조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등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한 안전망도 보강해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홍 후보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의 부작용을 완화해 가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완화와 성장정책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투 트랙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관계부처 합동으로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홍 후보자는 승차 공유(카풀) 서비스 등 공유경제에 관한 각계의 의견도 수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에 대한 속도 조절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포기라고는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소득주도성장을 둘러싼 불필요한 논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중산층 이하 계층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은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구체적 성장 모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진영에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우클릭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홍 후보자의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의 속도조절론을 두고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이 정부가 유일하게 한 정책이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무제”라며 “이들 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면 사실상 다 잘못된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을 수정·보완하고 경제활력과 경제 구조조정에 주력하겠다는 얘기가 결국은 성장주의로 가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은 홍 후보자와 김동연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사실상 같다면서 홍 후보자로 왜 교체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후보자는 “정부 내 두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어느 때보다 소통과 조율에 역점을 두겠다”며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자영업자와도 매주 또는 격주로 소통 라운드테이블을 갖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상영·김원진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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