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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20년 암흑물질 논란 끝낼 실마리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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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연구단 초민감 검출기 제작해

이탈리아팀 연구 반증 데이터 확보

“암흑물질 후보 신호 없음 확인

5년 안 윔프인지 여부 알아낼 것”



한겨레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는 국제공동연구팀이 20년 전 이탈리아 연구팀에 의해 발견된 암흑물질의 흔적이 실제 암흑물질인지 검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6일 “지하실험연구단이 이끄는 ‘코사인-100 공동연구협력단’이 암흑물질을 검출하는 실험 설비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암흑물질 후보인 윔프 입자가 남긴 흔적을 반박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이날(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 가운데 인간이 인지하는 것은 4.9%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알 수 없는 암흑물질(26.8%)과 암흑에너지(68.6%)로 이뤄져 있다. 암흑물질 후보로는 윔프(WIMP·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 액시온(Axion), 비활성 중성미자(Sterile Nutrino) 등이 있다. 윔프는 입자물리학자인 고 이휘소 박사가 1977년 유고논문에서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지금까지 암흑물질의 흔적을 발견한 것은 이탈리아 그랑사소 입자물리연구소의 ‘다마 실험’이 유일하다. 이탈리아 연구팀은 1998년 처음으로 250㎏의 요오드화나트륨 결정을 이용해 윔프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당시 지하실험실에 설치한 검출기에서 계절별로 변하는 신호를 발견하고 이를 낮은 질량 윔프의 흔적이라고 발표했다. 지구가 공전궤도를 지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암흑물질 지역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달라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20년 동안 세계 어느 연구팀도 똑같은 실험을 재현하지 못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

코사인-100 국제공동연구협력단은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코사인 실험을 운영하기 위해 구성된 공동연구팀으로 이번 논문 연구에는 국내외 15개 기관 50명의 연구진이 참여했다. 코사인-100 실험은 고순도의 결정에 암흑물질이 부딪혔을 때 내는 빛을 토대로 암흑물질의 존재를 규명하기 위한 실험이다. 검출기는 지구에 날아온 윔프 입자와 고순도 결정의 충돌 과정에서 흔적을 찾도록 설계되는데, 초속 수백㎞로 날아온 윔프가 원자핵과 충돌해 방출되는 광자 신호를 검출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윔프가 아닌 뮤온 등 우주선이나 방사선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이나 금속으로 차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독자적인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온도와 습도 등 외부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차폐기술까지 더해 다마 연구팀의 실험을 재현했다. 연구에는 다마 실험에서처럼 고순도 요오드화나트륨 결정 106㎏을 사용했다. 강원도 양양 양수발전소 안 지하 700m에 위치한 지하실험실에서 2016년 10월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처음 59.5일 동안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다마 연구팀이 주장하는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다마 팀이 포착한 신호가 암흑물질이 맞다면 이 기간에 1200번의 신호가 검출돼야 했지만 코사인 연구단의 검출기에는 이런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암흑물질이 없는 상황을 가정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예측한 데이터와 실제 관측한 데이터를 비교해보니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조사 영역대에서는 윔프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다마 팀이 관측한 신호가 보편적인 암흑물질 모델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사인-100 검출기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확보하면 다마 실험 결과를 완전히 검증하거나 반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암흑물질 검출은 주변의 배경 방사능을 최소한으로 차폐하고 고순도 결정의 양이 많을수록 확률이 높아진다. 코사인 연구단은 2021년부터는 강원도 정선에서 1100m 깊이의 새로운 지하실험실을 구축해 실험을 계속할 계획이다. 연구단은 “향후 5년 안에 암흑물질 미스터리를 완벽하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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