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화웨이 창업자 딸, 미국 요청으로 캐나다서 체포…어떤 혐의길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국 ‘국민 기업’ 화웨이 CFO 멍완저우

4월 중싱(ZTE)처럼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 관측

미국 등 서구권 잇따라 화웨이 5G 금지 조처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중국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46)가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캐나다 당국에 체포됐다. 중국이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난 1일 미-중 정상이 합의한 ‘휴전’도 위태로워졌다.

캐나다 <글로브 앤드 메일>은 5일 이언 맥리어드 캐나다 법무부 대변인을 인용해 멍완저우가 1일 밴쿠버에서 체포됐다고 전했다. 맥리어드 대변인은 “미국이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으며, 금요일(7일) 보석 심리가 예정돼있다”면서, 멍완저우의 요청에 따라 그밖의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혐의와 관련해 거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적용받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해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피해 교역을 시도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전했다. 지난 4월 <월스트리트 저널>은 뉴욕 검찰이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화웨이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같은 달 미국 정부는 대북한·대이란 제재 혐의로 중국의 또다른 통신장비업체 중싱(ZTE)에 7년 동안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시키는 제재 조처를 내렸다. 미국 기업의 핵심 부품 공급이 끊기면서 위기에 내몰렸던 중싱은, 벌금 납부와 경영진 교체, 미국 지정 감시인 설치 등을 수용한 뒤에야 제재가 풀렸다.

미국이 화웨이 창업자의 딸이기도 한 멍완저우를 정조준하면서 미-중 간에는 앞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972년생인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전처와 낳은 딸로, 어머니 멍쥔의 성을 따랐다. 1993년 화웨이에 입사해 국제회계, 홍콩 지사, 재무관리, 융자·자금관리 부문 등을 거쳐 2011년 최고재무책임자에, 지난 3월엔 이사회 부의장에 각각 올라 대표적인 청년 기업인으로 불려왔다.

민영기업인 화웨이는 1987년 전화교환시스템 제조사로 창업한 이래, 각종 통신장비 사업을 성공시켜 2018년 포브스 선정 500대 기업 가운데 72위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 시장 최대 판매를 기록하는 휴대전화가 세계 각국에 수출되면서, 중국인들의 자존심이자 대표적인 중국 첨단기업으로 떠올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월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이폰을 감청한다는 의혹과 관련해, “아이폰 감청이 걱정된다면 화웨이 스마트폰을 쓰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등 서구권은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주요 통신사 브리티시텔레콤(BT)은 5일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사업에서 화웨이를 제외한다며, 3G, 4G에서 사용된 관련 장비도 교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화웨이 5G 장비를 금지시켰으며, 지난주 뉴질랜드도 “통신 안보 위험”을 이유로 금지 조처를 내렸다. 미국이 일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려고 할 때마다 안보 우려 등 각종 기준을 앞세워 이를 차단시켜 왔다.

멍완저우 체포와 관련해 중국은 강력히 항의했다. 주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어, “캐나다가 어떤 미국 및 캐나다 법률도 위반하지 않은 중국 시민을 미국의 요청에 따라 체포했다. 중국은 피해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이같은 행위에 결연히 반대하며 강력 항의한다”며 멍완저우의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했다.

멍완저우 체포가 최근 들어 순항하던 중-캐나다 관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2015년 쥐스탱 트뤼도 총리 취임 이래 캐나다는 전임 보수 정권과 달리 중국과의 경제·무역 협력을 강화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데이비드 멀로니 전 주중국 캐나다 대사는 “멍완저우의 체포는 캐나다가 트럼프에게 머리를 숙인 것으로 비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 신뢰도 1위 ‘한겨레’ 네이버 메인에 추가하기◀] [오늘의 추천 뉴스]
[블록체인 미디어 : 코인데스크] [신문구독]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