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8 (화)

"보험사 전화올까 고민안해도 된다"…`핵잠수함`에서 고객정보 지키는 보맵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핀테크(Fintech).'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이 생소한 단어가 전 세계인의 금융생활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는 정보기술(IT)을 적용해 간편하게 쓸 수 있는 금융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해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킨 가상화폐를 필두로 인터넷뱅크, P2P대출까지 핀테크는 우리가 아는 모든 금융시장을 아예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고 있다. 이제 핀테크를 이해하지 못하면 똑똑한 재테크는 불가능하다. 이에 매경미디어그룹에서 핀테크 분야에 가장 도통한 기자 3인(정지성·오찬종·김진솔 기자), 일명 핀벤저스(핀테크+어벤저스)가 뭉쳐 독자들에게 정확한 정보와 혜안을 전달하기 위한 핀테크 파헤치기에 나섰다.

[핀벤저스의 핀테크 뽀개기-15] '얼떨결에 나도 모르는 알쏭달쏭한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내가 가입한 보험도 제대로 모르는 세상'.

누구나 사회초년생 시절 속속들이 따져보지도 않고 지인의 권유에 따라 보험상품에 덜컥 가입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단지 무료 마일리지나 코인 등을 받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 개인정보가 보험사에 넘어가 곤란한 전화를 여러 번 받은 경우도 심심잖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보험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 기술과 보험을 결합한 '인슈어테크' 기업들이 솔루션을 하나둘 들고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보맵은 다운로드 120만, 유저는 90만명인 한국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보험통합조회 서비스로 인슈어테크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내가 가입한 보험을 한눈에 보여주고, 내게 부족한 보장을 짚어주고, 이에 맞는 보험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내보험 찾아줌'을 선보인 직후 접속자가 폭증하며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등 고생길을 걷고 있을 때, 보맵은 다른 한쪽에서 소리 없이 웃으며 꽃길을 걷고 있었다. 이미 보험 좀 아는 보험 소비자들이 '내보험 찾아줌보다는 보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입소문을 내면서 보맵 서비스 가입자가 뛰었다.

이같이 금융당국 서비스를 뛰어넘는 서비스를 이미 선보이고 있던 보맵의 정체가 뭘까. 고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금융당국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작은 회사를 통해 나의 보험가입정보를 조회하고, 내 정보까지 넘긴 이유가 뭘까. 금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개인정보 보안인데…. 서율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류준우 보맵 대표를 만나 이용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보맵의 비결을 물었다.

◆류준우 보맵 대표 "보맵은 핵잠수함에서 고객정보 지킨다"

매일경제

실제 보맵의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생활신조에는 `우리는 핵잠수함이다`가 1번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매일경제

류준우 보맵 대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류 대표는 한눈에 보기에도 에너지가 넘쳤다. 남다른 풍채를 갖고 있는 그는 "보맵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전혀 없는 안전한 보험 플랫폼이라는 것을 강조해주세요"라고 말하며 보맵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하지만 정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없을까. 사회초년생 시절, 취재 의욕이 앞서 각종 보험비교서비스에 가입했다가 수많은 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의 전화에 하루 종일 시달렸던 뼈아픈 경험이 있던 기자로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출발점이 보험사를 위한 솔루션이거나 데이터베이스를 GA에 잘 전달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보맵은 절대 고객 데이터를 보험사나 GA에 넘기지 않는다"며 "보험사와 망을 분리해 가입해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게 보맵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실제 기자가 보맵에 가입해 봤지만 귀찮은 전화는 받을 수 없었다).

류 대표는 "고객의 보험정보를 관리하는 최전선에 보맵에 서 있다는 생각을 가진 4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이 '핵잠수함'에서 일한다는 자세로 고객정보를 철통보안한다"고 말했다. 실제 핵잠수함에 탑승한 크루들은 매뉴얼을 모두 익하지 않는다면 다 죽는다는 생각으로 수만 페이지의 매뉴얼을 숙지하고 있는데, 보맵의 직원들 역시 그렇다는 설명이다. 보맵으로 들어온 고객정보 역시 익명으로 관리하고 있어 혹 나쁜 마음을 먹는 직원이 있더라도 이를 확인할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핵잠수함에서 일한다는 다소 살벌한(?) 비유에 '혹시 대표님이 직원들을 쥐어짜가며 비민주적인 경영을 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잠시 들었다. 기자의 질문에 류 대표는 "선도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일축했다. 류 대표는 대표적인 복지제도로 '연차 격려수당'을 꼽았다. 보맵은 전 직원에게 연차 소진 여부와 관련 없이 연차수당을 모두 지급한다. 따라서 직원들은 어차피 받는 금액이 같기 때문에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휴가 허용 절차 역시 간단하다. 연차 사용 신청서를 간단히 작성해 사인한 후 회사 시스템에 전송하면 연차가 승인된다.

이 같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류 대표는 보맵의 '에자일 조직'을 꼽았다. 2주에 한 번씩 월요일에 모여 업무량을 정하고 업무 종료 시점까지의 시간을 투표를 통해 결정한다. 계획을 짠 뒤에 2주 후 데모데이를 갖고 점검하는 시간도 갖는다. 자기가 정한 시간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을 사용한 결과 개별 직원은 본인 시간에 맞춰 업무가 가능하다.

그외에 '친해질 바라'라는 친목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짝을 지어줘서 같이 밥먹고 인증도 하고, 못했던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식사비용 역시 모두 제공하며 8000원 이내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사먹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이 같은 기업문화를 지켜온 결과, 통상 이직이 잦은 개발인력들의 퇴사율이 0%인 데다 '서울시 강소기업'에도 선정됐다.

◆"소비자의 보험인식 부족이 인슈어테크 기업에는 기회"

매일경제

보맵직원들이 데모데이 행사를 통해 2주간의 업무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파격적인 직원복지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통합 보험조회플랫폼을 넘어 보험 가입까지 가능한 최고의 종합핀테크 기업을 만들겠다는 류 대표의 속내가 깔려 있다. 류 대표는 "내년 초 보맵에서도 직접 보험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가격 저항성이 높지 않은 1만원대 미니보험을 주로 판매할 계획이며, 실제 수당 문제로 설계사들이 이 같은 보험 판매를 꺼리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을 거라 본다"고 강조했다.

고객정보를 중시하는 보맵답게 소비자가 원하는 보험을 추천받는 보험추천서비스에 있어서도 '익명'의 정보를 활용할 계획이다. 소비자의 연락처는 공개하지 않고 '28세 여성, 태아보험 추천'과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설계사들이 맞춤형 보험상품을 추천해준다. 여기서 내가 원하는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보험설계사에게 소비자가 원할 경우 연결해주는 식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보험 또한 만들 계획이다. 류 대표는 "보험사들에 고객들에게 이러이러한 상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역제안하는 방식으로 상품으로 만들 것"이라며 "액티비티보험, 휴대폰 액정 파손보험, 애견보험, 미세먼지보험 등 세상에 없던 보험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현재 여러 보험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한국 소비자들의 보험에 대한 낮은 인식은 인슈어테크 기업의 성장에 있어서 일종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류 대표는 "상품의 난도가 높아 불만이나 불편함을 많고 겪고 있는 섹터이기 때문에 더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이미 보험을 갖고 있는 고객이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결혼과 같은 큰 이벤트를 앞두고 보험을 인지하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여러 차례의 업데이트 후 보맵을 자산관리 플랫폼으로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이 류 대표의 최종 목표다. 류 대표는 "인슈어테크 기업을 넘어 종합 핀테크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다만 먼저 보험에 관한 소비자들의 모든 고민이 보맵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보험 섹터를 좀 더 깊게 파보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솔 기자]

-시리즈 끝-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