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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화웨이 사태로 미중 무역협상 균열 커지나(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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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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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무역전쟁 휴전에 들어간 상황에서 화웨이 사태가 터지면서 미중 간 협상에 균열이 커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형성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대표적인 첨단기술 기업 화웨이를 정조준 함으로써 무역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중국 압박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협상 노력을 보이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함과 동시에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을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증시 기술주 출렁…불안감 확산=6일 아시아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며 기술주 위주의 하락이 두드러졌다. 닛케이225 지수는 전날보다 1.91% 하락했다. 이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에서도 정보기술(IT) 부문은 3.68%나 내렸다. 대만 가권지수는 2.34%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역시 IT 부문이 3.59%로 가장 낙폭이 컸다.

상하이종합지수가 2% 가까이 하락하고 홍콩 항셍지수는 낙폭이 3%에 근접하는 등 중국 증시도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홍콩 항셍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도 IT 부문은 5.87% 급락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1.56%, 3.03%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에서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한 지난 1일,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의 딸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이 미국의 요청에 따라 캐나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확산된 게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휴전에 합의했지만 미국이 화웨이에 대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제기하면서 양국간 협상이 예상보다 잘 되지 않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중 무역협상의 미국 측 대표가 기존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서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교체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에서는 90일의 ‘휴전’ 기간 미·중 양국 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중국, 정상회담 후속 조치 발표로 성의표시=중국은 미국이 여러차례 문제제기했던 지식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대책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후속조치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전날 베이징에서 국무원 상무 회의를 주재하고 지식재산권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특허법 수정안’ 초안을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지식재산권의 침해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게 골자다. 지식재산권 침해와 관련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제때 저지하지 않으며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항까지 들어갔다. 또 특허 침해 보상액을 대폭 올리기로 했다.

앞서 인민은행, 국가지식재산권국, 최고법원 등 38개 정부기관들은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서명도 했다. MOU 내용에 따르면 유관 기관들은 지식재산권을 상습적으로 침해하거나 특허출원할 때 허위 서류를 제출한 기업 또는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위반 기업 또는 개인은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되고 그 명단은 기관들이 서로 공유하게 된다.

관련 규정 위반자들은 회사채 발행도 금지된다.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고 정부조달 사업에 참여하거나 정부가 제공하는 토지를 구입하는 것 등이 어려워지며 금융기관 설립도 제한된다.

중국 정부는 무역협상 후속조치 마련에 나서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될 경우를 대비한 내부 단속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기업이 감원하지 않으면 실업보험료의 50%를 환급지원 ▲개인과 영세업체에 각각 15만위안(약 2436만원), 300만위안(약 4억8732만원)의 한도 내에서 창업담보 대출 지원 ▲16~24세 청년실업자 지원 ▲직업훈련 교육비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일자리대책을 마련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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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TE에 이어 화웨이도…中 첨단기업 정조준한 미국=캐나다가 미국의 요청으로 화웨이의 멍 CFO를 체포한 것을 두고 중국 정부와 화웨이는 즉각 항의했다.

5일(현지시간) 주 캐나다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을 받아 미국 또는 캐나다 법을 위반하지 않은 중국인을 체포했다”며 “중국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며 반대한다. 심각하게 인권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의 진행 사항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중국인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도 이날 성명을 통해 캐나다 정부가 미국의 요청을 받아 멍 CFO를 체포한 사실을 인정했다. 화웨이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받지 못했으며 멍 CFO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캐나다와 미국의 법이 정당한 결론을 내기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웨이는 수출 통제 및 제재와 관련한 법을 포함해 유엔, 미국, EU의 규정을 모두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캐나다 법무부는 화웨이의 멍 CFO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고 밝혔다. 멍 CFO는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의 딸이다. 멍 CFO는 지난 1일 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체포됐으며 오는 7일 법정에서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캐나다 언론들은 미국의 요청에 의해 멍 CFO를 체포한 만큼 조만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송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 2위 통신장비회사인 ZTE(중싱)가 이란 및 북한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로부터 강력한 제재를 받고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리는 경험을 했다. 가까스로 ‘미국 기업과 7년간 거래금지’ 제재가 해제되기는 했지만 10억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경영진도 교체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재 전 영업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영국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브리티시 텔레콤(BT)은 5세대(5G)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BT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한 배경에 대해 “시스템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결정된 것”이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핵심 네트워크 부문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지만, 핵심 네트워크 바깥 영역에서는 화웨이가 계속 중요한 설비 공급자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T의 화웨이 장비 사용 배제 결정은 미국이 동맹국들에 화웨이 장비 도입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영국 외에도 호주, 뉴질랜드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배제하고 있다.

베이징 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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