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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올해의 과학교사賞] 유튜브 찍고 추리소설 쓰고…과학, 교실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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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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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미래 과학자를 키우는 대표 교사 40명이 선정됐다. 이들은 암기 위주 입시 교육이 판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과학에 호기심을 갖도록 다양한 교육 방법을 찾아냈다. 사비를 털어 과학 실험 영상을 찍은 뒤 유튜브에 올려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는가 하면, 수업 시간에 배운 과학 원리를 적용해 학생들과 함께 추리소설을 쓰고 이를 책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과학교사들 덕분에 학생들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과학을 배우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교육 현장에서 과학 교육 활성화와 과학문화 확산에 공헌한 교사 40명을 선정해 '과학교사상'을 시상한다고 6일 밝혔다. 과학교사상은 과학 교육 내실화에 기여한 교사와 교외활동·과학 강연, 저술, 봉사활동 등을 통해 과학문화 확산에 기여한 교사에게 수여된다. 올해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사 중 과학 교육 분야 36명, 과학문화 분야 4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 교육 부문 수상자인 한도윤 전남 현경초 교사는 소외받는 농어촌 학생들의 과학 교육 지원 사업에 앞장섰다. 그는 "학생 수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도심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고민하던 중 유튜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한 교사는 3~6학년 과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과학실험을 실제로 한 뒤 이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동료 교사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과학실험 동영상은 300건을 넘어섰다. 실험에 필요한 기자재는 교사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사비로 구입했다. 한 교사는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싶어도 자료가 많이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며 "동영상 수업이 이 같은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해 주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현재 한 교사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현미경을 만들고 실험 보고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학생들에게 '과학은 재미있는 과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숙영 대전 동신과학고 교사는 바쁜 시간을 쪼개 학교 내에 있는 '비룡천문대' 제작에 참여한 뒤 운영까지 하고 있다. 김 교사는 "교과서 그림으로만 보는 달과 행성 등을 학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 해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토대로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를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룡천문대는 학교 학생은 물론 초·중학생, 일반인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김 교사는 "매년 비룡천문대를 이용해 제작한 천문 달력을 관내 학교에 배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문 현상을 눈으로 확인하면 사진으로 봤을 때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천문 현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교과서에서 배운 지식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것. 하지만 암기 위주 교육 시스템이 자리 잡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배운 지식을 실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윤자영 인천공항고 교사는 '추리소설'을 떠올렸다. 실제 추리 작가이기도 한 윤 교사는 "과학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추리소설을 쓸 수 있다면 관련 지식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대와 함께 걱정도 있었지만 학생들이 추리소설을 쓰면서 과학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쓴 소설을 모아 지난해 '해피엔드는 없다'라는 추리소설을 출판했다. 윤 교사의 노력은 베트남으로도 수출됐다. 우리보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 고교에는 현미경조차 없어 학생들이 책으로만 과학을 배우고 있었다. 베트남의 한 지역정부 관계자들과 연이 닿은 윤 교사는 동료 교사들과 함께 베트남을 찾아 과학교사 실험 연수를 진행했다.

또 국가대표 과학교사로 선정된 많은 교사들은 스스로 수업 연구 과제를 개발하거나 발명 동아리 운영을 통해 과학으로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 특히 올해 수상자 중 상당수는 과학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소외지역 계층을 찾아 과학을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 김덕호 제주 금악초 교사와 유정훈 광주 동곡초 교사, 김종성 충남 봉산초 교사는 농촌 소외지역 학생들을 찾아 각종 과학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과학 공연 등을 개최해 과학문화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김결수 경남 개양중 교사는 과학 동아리 활동을 비롯해 비정규 교육기관인 충무고등공민학교 고등부 야학 교사로 활동했다. 박해열 서산 중앙고 교사는 꿈빛나래학교 강사로 소외계층 과학 교육 활성화를 주도했다.

과학교사상 선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총괄부원장은 "올해의 과학교사상을 심사하면서 수상자들의 탁월한 업적과 열정에 감탄했다"며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세계를 이끌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어 과학교사상을 수상한 선생님들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직무대행은 "선생님들의 지혜와 열정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이끌 창의 융합형 인재들이 보다 크게 성장하길 기대한다"며 "그 안에서 미래의 노벨 과학상 수상자도 탄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매일경제신문사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과학교사상은 2003년 시작돼 올해로 16회째를 맞았다. 수상자에게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500만원, 두산연강재단 후원으로 외국 연수 기회도 제공한다. 소속 학교에는 지원금 200만원을 지급한다. 시상식은 7일 오전 10시 50분부터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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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주관 : 한국과학창의재단·매일경제신문사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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