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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한국GM 법인분리 물밑협상…7조 들어간 ‘기술권’ 귀속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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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분할 추진 잠정중단” 공시

본사 사장 방한해 산은·정치권 접촉

산은 경영정상화 자금 4천억 투입

한국에 알앤디 성과 무상사용권 준

비용분담협정 개정 등 핵심 쟁점

“독자생존 기반 확보 합의점 찾아야”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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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GM) 경영정상화 협상에서 미 지엠(GM) 대표였던 배리 엥글 해외부문 사장이 한국에 들어와 2대주주인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을 연일 면담하고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정치권을 접촉하고 있다. 산은을 무시하고 한국지엠 연구·개발 법인분리를 강행하다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자 협상장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한겨레

6일 산은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동걸 회장과 배리 엥글 사장의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핵심 쟁점은 한국지엠의 연구개발 법인분리와 연구개발 비용분담협정(CSA) 개정, 산은의 12월 중 경영정상화 자금 4천억원 투입 문제 등이다. 엥글 사장은 한국 사업장에 글로벌 연구개발 물량 배정 확대를 들어 법인분리 협조를 요청했으며, 산은은 노조 등 반발하는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만한 연구개발 법인 발전계획과 보장 장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 지엠은 글로벌 그룹 안에서 계열사끼리도 연구개발 업무를 더 많이 배정받기 위해 경쟁을 하는데 한국 사업장이 더 많은 업무를 수행하려면 연구개발 법인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생산부문은 구조조정 문제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노조와의 갈등이 우려돼 글로벌 프로젝트를 맡기기에 부담이 크다는 논리를 편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조 등은 법인분리가 이뤄지면, 미 지엠이 구조조정 필요 시 연구개발 부문의 지적재산권만 챙겨서 손쉽게 한국에서 철수할 수 있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배리 엥글 사장과의 두 차례 만남에도 여전히 이견이 해소되지 않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실무진끼리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시점에서 연구개발 법인분리는 기술 관련 지적재산권 귀속 문제와 관련된다. 한국 사업장이 지난 15년간 7조원 넘게 투입해 만든 연구개발의 기술적 성과물에 대해 무상사용권 등 일부 지분을 주장할 수 있는데, 이 권리를 어디로 귀속시킬 것이냐가 쟁점이다. 산은이 19대 국회에 제출했던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은 공동개발한 기술에 대해 항구적인 무상사용권과 권리보호 장치를 확보했다. 산은이 2010년 지엠 본사와 한국지엠 간 체결된 비용분담협정의 개정을 끌어낸 결과다. 당시 산은은 추후 협정이 해지된 뒤에라도 비용 분담률에 따라 계속 기술 로열티를 수령할 수 있어서 공동소유권에 준하는 권리를 보유하게 됐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미 지엠은 한국지엠 생산부문에서 완전히 독립적으로 떼어낸 연구개발 법인에 이러한 권리를 귀속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엥글 사장이 한국에서 대외 행보를 시작한 지난 3일엔 한국지엠 이사회도 열렸는데, 이 자리에선 주로 연구개발 법인분리를 전제로 한 비용분담협정 개정안 관련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010년에 개정된 기존 협정은 이달 안에 만료된다.

미 지엠은 2007년부터 각 계열사와 비용분담협정을 통해 본사가 별도 회사를 만들어 각 계열사의 모든 지적재산권을 공유·관리하는 방식으로 돌아섰다. 지엠이 본사로 글로벌 계열사들의 지적재산권을 이전시키고, 기술료 책정 등의 관리 권한도 가져간 셈이다. 대신에 연구개발비 지출을 계열사 매출액에 연동해 비용부담이 5%를 초과할 경우 초과분을 본사가 정산해주지만, 계열사로선 이전보다 기술료 수익성이 떨어지는 걸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산은이 미 지엠을 압박해 2010년 비용분담협정을 개정한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2010년 협정 결과로 한국 사업장엔 지적재산권에 대한 일부 권리가 계속 존재할 텐데, 이는 추후 한국을 떠나도 기술사용과 관련한 분쟁 소지를 남기는 것이어서 미 지엠에 부담이 될 것이고, 향후 글로벌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가 투입하면 이런 부담은 더 커지니까 연구개발 법인분리를 주장하는 것으로 본다”며 “법원 결정으로 분할에 제동에 걸린 만큼 한국 사업장이 독자생존 기반을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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