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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국가부도의 날’의 사기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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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 사진=씨제이이앤엠(주) 제공


사람들은 돈이 필요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립니다. 국가도 돈이 부족하면 국제통화기금(IMF, International Monetary Fund)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보유액이 부족해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1년에 IMF 관리체제를 조기에 종료했지만 경제적 양극화, 고용불안, 자살률 급증 등 막대한 사회, 경제적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은 1997년 외환위기를 소재로, 위기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작품 속에서, 경제적 위기를 국민들에게 공개하느냐를 두고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과 재정국 차관(조우진 분)이 대립합니다. 경제수석(김홍파 분)은 재정국 차관의 의견에 따라 국가경제 위기는 없다는 등의 거짓말을 합니다. 이러한 거짓말들을 두고 사기라고 하는데, 과연 사기죄에 해당할까요?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의 불법한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사기죄는 재산죄이기 때문에 거짓말로 사람을 속인 경우에도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입 소고기를 한우로 속여 팔거나, 인삼을 산삼으로 속여 파는 경우가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공무원이 아니면서 공무원으로 사칭하거나 단순히 거짓말만 하는 경우에는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실무에서 흔히 접하는 사기죄의 유형은 사용용도를 속이고 돈을 빌리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돈을 빌릴 때, 유흥비로 쓸 목적인데도 부모님 병원비로 사용한다고 사용용도를 속여서 돈을 빌리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채권자는 채무자가 유흥비로 쓸 목적을 알았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텐데 사용용도에 속아 돈을 빌려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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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씨제이이앤엠(주) 제공


또, 흔히 접하는 사기죄의 유형은 채무자가 자신의 지불능력, 지불의사를 속이는 경우입니다. 즉,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일정기간 후에 곗돈을 받아서, 물품대금을 받아서, 적금을 타서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빌렸는데, 이러한 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변제기의 지불능력, 지불의사를 속인 것으로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갚기로 한 변제기에 채무자가 돈을 갚을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 채권자는 돈을 갚지 않는 채무자에게 민사소송을 통해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가 어음을 발행하고 부도를 내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성립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가 어음이 부도날 것을 알고서 어음을 발행해 대금을 결제하면 당연히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그렇지만 어음금을 갚아가면서 사업을 진행하다가 갑자기 사업이 어려워져 부도를 내는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서 경제수석이 ‘국가의 경제적 위기가 없다, IMF구제 금융을 신청하지 않는다’ 등의 거짓말을 했더라도, 이러한 거짓말을 통해서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제수석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는 것은 국가의 경제적 치욕입니다. 위기는 반복되고 현재도 가계부채 등으로 위기라는 영화의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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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chojw00_star@fnnews.com fn스타 조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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