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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화웨이 딸 체포한 美, 구글·MS 불러 '5G회의'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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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완저우 체포 뒤엔 美中 기술패권 다툼]

WSJ "영국 HSBC가 미국에 '멍완저우, 이란과 거래' 제보"

中언론들 "美, 깡패같은 수단… 유죄땐 징역 30년형" 반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현지 시각)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 기업들이 빼돌린 미국 지식재산을 이용하는 것을 우려해왔다"며 "화웨이는 우리가 우려해온 회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날 체포 소식이 알려진 화웨이의 2인자 멍완저우 부회장에 관한 질문에 나온 답이었다. 같은 날 미 상원의 테드 크루즈(공화당) 의원은 "화웨이는 통신 회사의 베일을 쓴 중국 공산당 첩보 기관"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마크 워너(민주당) 의원은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서 자유로운 중국 주요 기업이 없다는 것은 분명하며 화웨이도 중국 정부와 군부의 파수꾼"이라며 "화웨이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멍완저우(46)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2015년 열린 화웨이 파이낸스 포럼에서 연설하는 도중 웃고 있다. 이 포럼은 화웨이의 해외 투자자와 전문가들에게 화웨이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행사로 멍완저우가 주관해 왔다. /화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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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과 여야를 망라한 전방위 화웨이 때리기가 이뤄지던 그 시점, 미국 IT 업계 거물들이 백악관에 모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사티아 나델라 CEO, 구글의 선다 피차이 CEO, 오러클의 사프라 카츠 CEO, IBM 지니 로메티 등이 백악관 초청으로 원탁회의를 연 것이다. 백악관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딸 이방카 트럼프, 국가경제회의(NEC)의 래리 커들로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 대해 백악관은 "인공지능(AI)과 퀀텀 컴퓨팅, 첨단 제조 기술 및 5G로 알려진 좀 더 빠른 무선통신 기술 같은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미국의 모습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미·중 무역 전쟁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전략 차원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NBC도 "화웨이 문제는 기술과 지정학적 분쟁이 결합된 이슈"라고 정의했다. NBC는 "미·중이 세계 주도권 경쟁을 멈추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처해야 하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화웨이 사건은 최근 미·중 갈등이 무역 전쟁보다 더 높은 차원의 기술 패권, 국가 패권 투쟁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무력 시위가 이어지면서 동맹국들의 '탈(脫)화웨이'도 빨라지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7일 "호주, 뉴질랜드, 영국에 이어 일본도 중국 화웨이의 장비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캐나다를 향해 "화웨이를 5G 이동통신망에서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자율주행차 운행,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신경망'이라는 5G에서 중국 기술과 장비가 세계의 표준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의지가 세계 5G 산업 지형도를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멍완저우가 체포된 경위도 차츰 드러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 HSBC가 화웨이 계좌의 수상한 거래 내용을 통보해 멍완저우가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멍완저우 부회장이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사무국이 주도하는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벌금 최고 2000만달러와 함께 징역 30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이 무역 전쟁 휴전을 선언한 미·중 관계를 위협할 대형 악재로 등장하면서, 멍완저우가 체포된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하는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존 볼턴은 6일 "(체포 계획을) 법무부에서 들어서 미리 알고 있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알고 있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시진핑 주석은 회담 직전 체포 사실을 알았으나 미·중 무역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참모들에게 입단속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의 반발은 커지고 있다. 환구시보는 7일 사설을 통해 "미국의 행위는 양국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룬 중요한 합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미국은 화웨이에 깡패 같은 수단을 쓰지 말라"고 역설했다. 이 매체는 "미국의 행보는 화웨이가 지닌 5G 분야의 경쟁력을 빼앗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거세게 반발하자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를 체포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6일 "이번 체포 과정에서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 CNBC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도 좌불안석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이 자의적으로 미국 기업 인사를 체포하는 등 중국 진출 미국 기업들을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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