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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앞니 다 썩은 네살아이, 치과에 울면서 들어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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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승준의 이(齒)상한 이야기(1)
아이들에게 치과가 무서운 곳이 아닌 추억의 장소로 기억된다면...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의심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치과에 첫 방문은 언제가 좋을까? 젖니는 썩어도 괜찮은 걸까? 때론 소란스럽고 역동적인 소아치과의 세계로 안내한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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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충치 치료는 빠르게 끝내기보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천천히 진행하는게 좋다. 아이가 점점 치과 의료진에 친숙해져 치료과정의 공포심을 떨칠 수 있게되기 때문이다. [사진 전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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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잉~’ 치과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누구도 좋아할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소아 전문 치과를 다닌 경우라면, 그리고 그 치과가 아이를 억지로 치료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곳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치과에서 V자를 만들면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치료를 받을 때 전혀 긴장하지 않고 라이트에 눈이 부시지 않도록 선글라스를 끼며 본인 손을 베개 삼아 느긋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그 아이가 성장해서 성인이 되었을 때는 요즘의 많은 성인처럼 치과라는 이야기만 나와도 바짝 긴장하는 일은 당연히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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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치료를 받을 때 전혀 긴장하지 않고 심지어 본인 손을 베개 삼아 느긋하게 치료를 받는 어린이도 있다. [사진 전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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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나면 영양분 주사 혹은 예방주사를 맞거나 신생아의 건강상태를 체크 받기 위해서 아무리 늦어도 생후 몇 주 내에는 소아청소년과 선생님을 만나게 됩니다. 소아청소년과에 아기를 데려갈 때 병원 공포를 걱정하면서 데려가지는 않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꼭 필요한 검진이라고 생각하는 동시에 그 과정이 그리 길지 않고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에 비해서 아기의 첫 치과 검진은 매우 늦게 시작됩니다. 필자의 치과병원에 방문하는 아이들의 생애 첫 치과 검진 시기는 천차만별입니다. 돌발적인 외상의 경우가 아닌 일상적인 구강검진은 아이가 웬만큼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때인 만 3세 정도 전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한소아치과학회에서 권장하는 첫 치과 검진 시기는 첫 이가 나는 때입니다. 평균적으로 생후 6개월 정도 되었을 때이니 생각보다 빠른 시기이지요. 이렇게 행여 강하게 잡기라도 하면 다칠 것 같은 갓난아기를 치과에 데려간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 이가 나지도 않았는데 무슨 구강관리를 해야 하지?’라고 의문을 가지시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구강관리 정보를 드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어린이 치과입니다.

실제로 만 4세 아이가 앞니가 많이 썩어서 내원하였습니다. 겁이 많아 누워서 입을 벌리고 검진받는 것도 무서워서 울고 있었죠. 살펴보니 유아기 때 자면서 우유를 먹는 버릇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누가 보아도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같이 보이는 심한 충치 상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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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기 때 자면서 우유를 먹는 버릇이 있던 아이의 치아. 먹다 잠들면 입 안에 남은 우유가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충치균이 급속도로 번식해서 충치가 빠르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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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다 잠들면 입 안에 남은 우유가 오랜 시간 동안 남아있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충치균이 급속도로 번식해서 충치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방사선사진을 촬영한 결과 다행히도 눈으로 보는 것 보다는 덜 심한 상태임을 확인한 후 서둘러 치료를 하지 않고 최대로 구강관리 방법을 개선하면서 아이의 공포심을 줄여보기로 하였습니다.

바로 치료를 하게 되면, 아이가 치료받는데 많이 힘들어합니다. 진정되는 약을 사용하는 수면 진정 요법이 있는데 그 방법은 부모들이 걱정하셨기에 서서히 하는 치료를 택했습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수년간 내원하는 동안 아이는 점점 치과 의료진에 친숙해지게 되었습니다. 심하게 썩었던 앞니는 온전한 영구치로 바뀌게 되었죠. 부모님은 물론 나도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됐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이 생긴 후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입니다. 특히 소아치과는 예방을 우선으로 진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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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산타 분장을 하고 환자를 맞이한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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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이가 힘들어하는 정도를 파악하고 반영하여 가장 잘 맞는 치료방법을 고민합니다.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크리스마스엔 의료진이 산타 분장을 하고 환자를 맞이하기도 한답니다.

전승준 치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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