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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6 (일)

프랑스 ‘노란조끼’ 4주째 시위…“프랑스 혁명, 68혁명 잇는 제3의 혁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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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파리 휩쓴 암흑의 토요일 집회 4주째 이어져

파리 1만명 등 프랑스 전국에서 12만5000명 참여

참여한 이들은 SNS 등으로 모인 평범한 시민들

마크롱 정권의 불통에 맞선 ‘제3의 혁명’ 꿈꾸다



“마크롱은 사임하라!”

“약자들을 무시하지 말라!”

올해 서른살인 프랑스인 자비에는 8일 파리에서 열리는 ‘노란조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 프랑스 동부 도시 모젤을 출발했다. 자비에는 이날 파리 시내에서 경찰과 시위대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지는 광경을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지켜봤다. 그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뜻밖에도 마크롱 대통령의 ‘사치’였다. 그는 8일 <아에프페>(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궁)이 50만유로(약 6억4000만원)짜리 도자기 세트를 주문했어요. 30만유로짜리 카페트도 샀다네요. 우린 식기류를 자선시장에서 사와요. 그들도 (고통 분담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 조처에 반대해 지난달 17일 시작된 노란조끼들의 집회가 격렬해지며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란조끼들의 ‘암흑의 토요일’ 집회는 프랑스 정부가 5일 증세 계획을 철회한 뒤에도 4주째 이어졌다.

<아에프페>(APF) 등 외신들은 “이번 데모를 이끄는 노란조끼는 예전과 달리 특정 노조나 정당이 아닌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모인 이들”이라고 밝혔다. 그 때문에 똑 부러진 지도층이 없으며, 쏟아내는 주장도 각양각색이다. 거리엔 “마크롱 사퇴”, “자유·평등”, “1789(프랑스 혁명), 1968(68혁명), 2018”(2018년 집회가 프랑스혁명과 68혁명의 뒤를 잇는 중요한 사회 혁명이 될 것이란 의미) 등은 물론 프랑스의 유럽연합(EU) 이탈을 요구하는 ‘프렉시트’(Frexit) 등의 구호도 있었다. 지난해 5월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에게 패한 극우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당수도 “과소화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절망”이 이번 집회의 배경이 됐다며 숟가락을 얹었다.

노란조끼를 입은 ‘평범한 프랑스’인들의 분노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좌(사회당)·우(공화당) 양당 구도를 깨뜨리고 정권을 쥔 마크롱 정권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8일 전국에서 12만5000여명이 거리로 나와 179명이 다치고 1385명이 경찰에 연행됐다고 밝혔다. 집회를 막기 위해 경찰 8만9000명이 투입됐고, 장갑차도 12대나 등장했다. 4일 현재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프랑스 역사상 가장 인기 없던 대통령이었던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의 같은 시기 지지율(29%)보다 낮은 23%로 폭락했다.

최루탄의 뿌연 연기로 자욱해진 파리 거리엔 ‘오만한 정권과 그들에 의해 무시당한 민중’이라는 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었다. 리용에서 파리로 올라와 집회에 참가한 팀 비투(29)는 실직 중인 웨이터다. 그는 도시의 비싼 집세를 견딜 수 없어 조만간 부모님이 있는 시골로 돌아갈 생각이다. “당신들은 어떻게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나요. 나도 아이를 원해요. 그렇지만 넉달 뒤의 생활도 계획할 수 없는 걸요.”

외신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공무원 삭감, 고용·해고를 쉽게 하는 노동법 개정, 사회보장세 증세 등 여러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정권의 독선적 태도와 불통으로 인해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 직전이라고 전했다. 민심에 직결되는 10월 현재 프랑스의 청년 실업률은 유로존(17.3%) 국가보다 높은 21.5%였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국가의 단합을 강조하며 위기 수습에 나섰다. 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조만간 시위대의 우려에 대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우린 대화를 통해 국가의 단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대통령의 담화가 10일 밤엔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뒤늦은 담화가 프랑스 서민들의 자존심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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