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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초기 대장암·용종, 내시경으로 흉터 없이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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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베스트클리닉 대구 세강병원 김찬호 과장





중앙일보

의학이 발전하면서 암의 ‘치료 공식’이 바뀌고 있다.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과거 절개 수술만이 해답이던 조기 대장암은 이제 내시경을 이용해 흉터 없이 치료한다.

그 선두에 대구 세강병원 김찬호(사진) 과장이 있다. 그는 초기 대장암과 용종을 치료하는 ‘내시경점막하박리술(ESD)’의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대장을 잘라내지 않고 내시경만으로 크기가 큰 암·용종을 진단과 동시에 떼는 첨단 시술이다. 길게 꼬인 대장 전체를 ESD로 치료하는 의사는 김 원장을 포함해 국내에 손꼽을 만큼 적다. 대학병원에서조차 대장 ESD를 위해 김 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 과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치료를 위한 내시경 연구에 매진해왔다. 대장 점막에 솟아오른 용종은 대장암의 ‘씨앗’이다. 길게 꼬인 대장에서 직경이 수㎝에 불과한 용종을 찾아내고, 이것이 실제 암으로 발전할지 여부를 선별하는 것이 치료 내시경의 핵심이다. 그는 용종의 크기와 형태, 표면 패턴을 꾸준히 연구해 용종 확인율을 60%대까지 끌어올렸다. 대학병원 평균(30~40%)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96세 직장암 환자 치료해 주목받아

그는 ‘치료 효율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환자에게 꼭 필요한 치료만 정확히 적용하는 것이 그의 진료 철학이다. 그런 그에게 ESD는 가장 적합한 치료법이었다. 내시경용 칼로 점막 아래쪽을 절개해 용종·암을 도려내는 치료로 피부 절개가 필요 없고 회복이 빨라 고령층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치료였다.

10여 년 전, 한 일본인 의사로부터 ESD를 접한 후 그의 새로운 도전은 시작됐다. 5년간 1000여 건의 ESD 시술을 참관했고, 일본인 의사의 수술 보조(어시스턴트)를 자원해 어깨너머로 수술 기술을 익히기도 했다. 이런 열정은 김 과장을 국내에서 손꼽히는 ESD 전문가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

김 과장의 ESD는 다른 의료진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일반적으로 ESD는 대장 점막에 대각선 방향으로 칼을 넣은 후 포를 뜨듯 용종·암을 걷어 낸다. 하지만 그는 근육과 점막의 경계 면까지 일직선으로 칼을 집어넣은 뒤 병변을 거의 대부분 절개한다. 혈관 손상을 줄이는 동시에 근육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용종·암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김 과장은 용종과 암의 위치에 따라 내시경을 다르게 접근한다. 똑같은 크기라도 병변이 대장의 상하부에 있는지에 따라 다른 방향으로 칼을 댄다. 중력은 물론 조직의 장력(서로 잡아당기는 힘)까지 고려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술을 시행한다.

최근 김 과장은 96세 여성 직장암 환자의 ESD 치료에 성공해 의료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향후 대구·경북·부산 지역을 아우르는 ESD 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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