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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자수첩]LG가 쏘아올린 공…도마에 오른 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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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최근 LG그룹의 상속세 납세가 화제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상속인들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과세당국에 신고하고, 1차 상속세액 1536억원을 납부했다. 재벌가가 법정세율 그대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건 드문 일이다. 구 회장은 ㈜LG 지분 8.8%를 물려받으며 총 7200억원의 상속세를 낸다. 역대 최대 규모다.

세간에서 찬사가 나왔다. 모처럼 재벌가 뉴스에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기업이다" "앞으로 LG 제품을 우선순위로 구매하겠다"는 '선플'이 이어졌다. LG 관계자는 "원칙대로 했을 뿐"이라며 "세금은 당연히 다 내야 하고 사업은 그 기반에서 해야 한다는 게 그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목할 것은 일각에서 '상속세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 급속히 제기되고 있단 점이다. 구 회장의 상속세 납세에 박수를 치면서도 역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에 '뭔가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상속받을 재산에 20%를 가산한 금액 기준 50% 세율을 적용받았다. 우리나라 상속세는 명목세율(50%)로 따져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26.6%)의 두 배 수준인데 최대주주 주식을 물려받으면 30%가 할증돼 실질세율은 65%로 높아진다.

구 회장은 판토스 보유 지분 매각 대금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한다지만 중소기업은 상속세 부담에 가업 승계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잘 키운 기업이라도 승계의 어려움으로 "건물 팔아 자녀들 주겠다"는 경우가 나온다. 장수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배경이다. 세계적으로 상속세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추세이며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보장하고 있다. 포드, BMW 같은 해외 장수기업은 가족의 경영지배력이 유지되며 성장한 경우다.

한국에서 과거 상속세율 상향은 주로 대기업 오너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이뤄졌다. 현재는 불확실한 대외여건에 국내 기업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다는 점을 정부가 인지할 필요가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가업상속세의 완화를 언급했다.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는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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