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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준금리 인상 이후 은행권 ‘요구불예금’ 9조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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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고금리 상품·해외 부동산 등으로 급격히 이동한 듯

은행들도 상품 다양화·금리 상향 통해 이탈자금 유치 나서

경향신문

은행권 요구불예금이 한국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금리 인상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요구불예금은 급여 통장이나 공과금 이체 통장 등 연이자가 0.1% 수준에 불과한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더 높은 금리를 좇아 국내 예·적금이나 해외 부동산 등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22일 기준 요구불예금은 332조5983억원이었으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11월30일) 이후인 지난 6일엔 323조3227억원으로 집계됐다. 2주 사이에 9조2756억원이 줄어든 것이다. 은행별로 최소 6587억원에서 최대 3조4885억원이 이탈하는 등 감소세가 뚜렷했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인 요구불예금은 예금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이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이자가 연 0.1%의 초저금리이거나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은행은 낮은 가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규모가 클수록 수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도 오르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은행권 조달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이 거의 안 드는 요구불예금이 많아질수록 큰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줄어들지만, 경기침체와 가처분소득 악화 등의 영향으로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탈한 요구불예금이 국내외 고금리 상품으로 이동하는 대규모 ‘머니무브’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던 올해 하반기부터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여왔다”며 “증시나 부동산 등 국내 투자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계기로 해외 부동산이나 주식, 채권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리가 높아진 예·적금 상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정기예금(잔액) 규모는 같은 기간 113조4000억원에서 115조2000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06조7400억원에서 107조6900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은행들도 최근 예·적금 상품을 다양화하고 금리를 잇따라 올리는 등 유동성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최대 0.5%포인트를 인상하는 등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대체적으로 0.1~0.5%포인트 인상됐다. 저축은행들도 금리를 높인 예·적금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JT친애저축은행의 정기예금 상품은 연 2.95%를, 저축은행중앙회 통합 앱 ‘SB톡톡’의 비대면 정기적금은 연 3.0%의 금리를 적용해 새로 출시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외 금융 불안으로 최근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커지고 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금융권이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어 기존의 단기성 자금이 예·적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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