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2030 금융에세이]빚 갚을까, 적금 부을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들어가며>

‘2030 금융에세이’는 청년세대의 돈에 관한 고민과 소소한 사연을 담은 코너입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가장 먼저 돈 모을 계획을 세울 겁니다. 돈 계획은 미래를 그리는 기초가 됩니다. 주말마다 금융과 관련한 일화와 정보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초반엔 기자의 경험담이 주로 다뤄지겠지만 장차 독자 여러분의 얘기로 가득한 코너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중한 사연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돈 고민을 들려주세요.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빚부터 갚아야 할까. 적금부터 부어야 할까.

사회초년생이라면 으레 하게 되는 고민이다. 서점 금융·재테크 서가나 도서관의 경제 책장에 가보면 20~30대에게 돈 모으라고 조언하는 책들이 넘쳐난다. ‘1억원 모으기’로 대표되는 목돈 모으는 법과 단기간에 큰돈 벌 수 있다고 하는 책, ‘절약만이 살길이다’를 외치는 짠테크 관련 책까지. 책 제목이 와 닿기도 하고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기도 한다.

2012년 장교 후보생으로 군에 입대했다. 대학 졸업 후 장교로 군대에 간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한 결심이었다. 2년이 채 안 되는 병사보다 복무기간은 3년으로 길지만 월급이 10배 이상 많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3월부터 6월까지 16주 동안 훈련을 받았다.

훈련을 마치고 소위로 임관한 뒤 통장을 확인해보니 4개월 동안 훈련 받은 대가가 ‘급여’라는 이름으로 들어와 있었다. 120여만원 정도로 기억한다. 졸업 후 탄 첫 월급이었던 셈이다.

당시엔 나름 큰돈이었다. 혹독한 훈련의 기억은 잊은 채 ‘공돈’ 같기도 했다. 좋을 옷을 빼 입을까, 여행을 갈까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고민의 여지없이 학자금 대출을 갚기로 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학 때 3번의 학자금 대출을 받아 약 600만원의 빚이 있었다. 2009년 한국장학재단이 생기기 전엔 부모님이 마련해 준 돈을 등록금으로 냈지만 2010년부터 장학금을 제외한 나머지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냈다. 대학생 평균 학자금 대출금이 1000만원이 넘는다 하니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120여만원 중 80만원을 학자금 대출 갚는 데 썼다. 당시 학자금 대출 이자는 약 5%였는데 시중은행 적금 금리가 연 4%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1년 동안 적금을 부어 원금과 이자를 받아도 대출이자로 나간 돈 때문에 손해를 보는 장사였다. 더구나 적금이자는 이자소득세 15.4%(지방세 1.4% 포함)를 내기 때문에 대출금 갚는 게 훨씬 유리했다.

소위가 된 7월부터 매달 백만원 중반의 급여를 받았다. 월급을 타는 족족 대출을 갚아 나갔다. 7월 80만원, 8월 50만원, 목돈을 모아 다음 해 3월 약 230만원, 그리고 2013년 4월 138만5000원을 끝으로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았다. 대출 잔액이 0원이라고 적힌 노트북 화면을 보니 날아갈 듯 기뻤다. 뿌듯했다. 군입대 후 1년 만에 가장 큰 성취로 느껴졌다. 이제부턴 돈을 모을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많은 사회초년생이 취업을 하면 곧장 빚 갚는 데 매진한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자금 대출 잔액은 약 1조7437억원이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우리나라 청년의 어깨를 1조원 넘는 빚이 짓누르고 있는 셈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금과 이자를 모두 갚는 데 평균 4년이 걸린다고 한다. 취업 후 4년 동안은 돈 모으기가 거의 불가능한 셈이다.

청년 5명 중 1명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 만 19~31세의 청년과 대학생 1700명 중 20.1%가 대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목적은 학자금이 53.2%로 가장 많았다. 생활비 20.5%, 주거비 15.8%, 긴급자금 4.1%, 대출상환 3.5% 등 순이었다. 20~30대 친척 중에, 친구 중에, 회사동료 중에 반드시 누군가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같은 조사에서 일하는 청년의 평균 월급은 157만6000원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청년 60% 이상이 생활비 등으로 자금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나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금전적으로 부모에 의지하거나 취업을 하고도 부모에 얹혀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20~30대 중 절반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아시아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출의 굴레에 빠져있는 청년들에게 돈을 모으라는 조언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 우선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빚부터 갚아 나가자.

빚을 털어내야 ‘돈에 관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목표를 세워야 미래가 보인다. 돈을 쓰는 기쁨만큼 모으는 기쁨도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