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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삼례공고는 신입생 '반의 반토막' 같은 특성화고 진안공고는 1.6대 1,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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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역 31곳 중 24곳 정원 못 채워

학령인구 급감 원인…취업률 20% 그쳐

'10명 중 9명 취업' 마이스터고와 대조

강원·전남·충남 등 수백명 미달 사태

농·어촌 지역 특성화고 제일 직격탄

'산학일체형' 삼례공고도 유탄 맞아

중앙일보

삼례공고 학생들이 지난해 이 학교 도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사진 삼례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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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에 있는 삼례공고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내년도 신입생 198명을 뽑아야 하지만, 51명이 지원하는 데 그쳐서다. 내년에 2학년이 되는 학생 116명의 반 토막 수준이다. 현재 3학년(236명)과 비교하면 학생 수가 5분의 1 가까이 줄었다.

공립인 삼례공고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취업 지원은 물론 병역 특례 기간에 대학 학위까지 딸 수 있는 '피테크(P-TECH)' 제도도 운용한다. 실속 있는 혜택이 많은데도,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이게 비단 삼례공고만의 문제일까.

직업 교육이 중심인 특성화고(옛 실업계고)가 흔들리고 있다. 신입생 선발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학령인구(6~21세) 급감에 따른 전국적 현상이지만, 특성화고 취업률이 바닥을 기면서 학생들이 일반고(옛 인문계고)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1월 제주도에서 특성화고 한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특성화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퍼진 영향도 있다.

16일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북 지역 특성화고 24곳 중 18곳, 직업반이 있는 일반고 7곳 중 4곳 등 22곳이 2019학년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성화고와 일반고(직업반) 31곳의 전체 신입생 모집 정원 3370명에서 900여 명이 부족하다. 농·어촌 지역 특성화고가 제일 직격탄을 맞았다. 삼례공고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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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공고 학생들이 지난해 이 학교 도제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이 학교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사진 삼례공고]


이 학교는 그동안 학생의 70~80%를 완주와 가까운 전주에서 채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입생이 모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전주에 있는 일반고에서 전주 지역 중학교 3학년 학생 대부분을 흡수해서다. 특성화고를 택하더라도 전주공고에 가는 분위기다.

일반고 직업반도 신입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창여고 조리과학과는 존폐 기로에 섰다. 신입생 22명 모집에 지원자는 2명뿐이어서다. 2001년 해당 학과 신설 이후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리과학과 전공 교사 3명보다 학생 수가 적다. 고창여고 관계자는 "일반고 쪽도 충원이 어렵다 보니 고창 학생들이 전주나 정읍 쪽으로 빠져나가는 '도미노 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직업계 고등학교에 속하는데도 마이스터고의 인기는 높다. 군산기계공고·김제농생명마이스터고·한국경마축산고·전북기계공고 등 전북 지역 마이스터고 4곳은 여전히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군산기계공고만 해도 내년도 신입생 140명 모집에 230명이 지원했다. "마이스터고에 대한 '쏠림 현상'에는 정부가 지원해 주고 취업이 잘 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전북 지역 마이스터고 취업률은 지난해 91.87%에 달했다. 전체 취업 대상자 504명 중 463명이 취업했다. 2014년 80.77%, 2015년 81.43%, 2016년 93.87% 등 해마다 증가 추세다.

반면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해 22.28%에 머물렀다. 마이스터고의 4분의 1도 안 된다. 전체 특성화고 졸업생 3892명 중 3025명이 일자리를 못 구했다. 취업률이 2014년 28.9%, 2015년 29.5%, 2016년 33.2% 등 오르다가 지난해 곤두박질했다. 최근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고용 시장도 얼어붙어서다.

하지만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있는 특성화고는 외려 지원자가 몰렸다. 내년에 국방부 군(軍) 부사관학교로 개편되는 진안공고는 신입생 88명 모집에 143명이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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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공고 내 도제교육센터. 이 학교는 교육부와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다. [사진 삼례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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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전남·충남 등 다른 지역 특성화고들도 지원자가 수백 명씩 미달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인천 지역은 특성화고 26곳 중 12곳이 신입생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교육 당국은 특성화고의 신입생 미달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학령인구 급감'을 꼽는다. 지난 3월 기준 전북 지역 중학교 3학년 정원은 1만7820명, 2학년은 1만7120명, 1학년은 1만5919명이다. 2년 안에 전교생 200명인 고교 10곳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미 전북 지역 고등학교 133곳 중 전주·군산·익산 등 3개 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일반고도 신입생 충원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학생 수가 많을 때는 성적이 안 되면 도시권 일반고를 못 가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뽑는 인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어 처지가 역전된 것이다. 두승 전북교육청 미래인재과 장학관은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신입생 충원에 실패한 특성화고 교사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박양균(49) 삼례공고 도제부장은 "아무리 중학교를 돌며 학교를 홍보해도 학부모들은 특성화고에 어떤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특성화고 학과 특성과 배치, 학생과 학교 수 등을 전반적으로 재조정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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