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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동네서점 살리기, 지역 사회가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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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감소로 대형서점 잇달아 폐업…대전 ‘지역서점 살리기 포럼’서 제안

문화가치 소비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동아일보

15일 대전 계룡문고에서 열린 지역서점 살리기 포럼에서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 우분투북스 이용주 대표, 니은서점 노명우 교수, 문화협동조합모다 기획자 김향숙 씨(왼쪽부터)가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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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높은 문화자원인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해 이제 지방자치단체나 교육당국이 나서야 합니다.”

15일 오후 대전 계룡문고에서 열린 ‘지역서점, 문화역할, 소비자 가치’ 포럼에서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독일에서는 정부가 ‘자녀 손잡고 서점까지 걸어가기’ 캠페인을 벌여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서점 살리기 시민 캠페인 공모사업에 선정된 대전의 문화운동단체인 문화협동조합모다(대표 진은정)가 열었다. 지역서점 대표들이 동네서점의 장점과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고 전국 동네서점을 방문한 주부들이 후일담을 전했다.

대전의 경우 서점 고객 감소로 비교적 규모가 큰 지역서점들이 차례로 문을 닫았다. 최근에는 교보와 영풍 등 전국 체인망을 갖춘 대형서점이 들어서 지역서점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왜 그림책에 집중하는가?’를 주제로 강연한 이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서점을 찾는 고객뿐 아니라 교도소 양로원 병원 초등학교 등을 찾아가 그림책 읽어주기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는 “서점은 지역이 공유하는 문화공간으로 가장 공공성이 높은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경기의 한 초등학교는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은 서점 가는 날’ 캠페인을 벌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대전 유성구 어은동에서 우분투북스를 운영하는 이용주 대표는 ‘왜 북큐레이션인가?’ 강연에서 “‘책장 편집’을 의미하는 북큐레이션의 요체는 사람”이라며 “동네서점은 명료한 콘텐츠와 색깔, 의미, 전문성 등 색다른 경험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 음식 분야의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 주제의 책을 중점적으로 판매한다. 이 대표는 “전자책에 책장 넘기는 소리와 밑줄 긋기 기능이 도입되고 세계적인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낸 것은 아날로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니은서점을 운영하는 노명우 아주대 교수(사회학)는 ‘왜 지역서점이어야 하는가?’ 강연에서 “독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를 보고 듣는 것과는 달리 적극적인 행위이기 때문에 강한 의지와 인내력, 집중력을 갖게 한다”고 독서의 효용성을 역설했다. 지식의 사회 환원을 고민하다 서점을 냈다는 그는 ‘사회학적 상상력과 책읽기’라는 강의 개설 경험과 고교생 초청 독서 토론 개최 계획을 소개했다.

캠페인 사업 프로그램인 ‘책방탐방’에 참여한 주부들은 동네서점에는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문화와 소통, 사람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문화협동조합모다의 기획자인 김향숙 씨는 “투어 참여자들이 9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지역서점 40곳을 방문해 책을 구입해 읽고 독서토론을 하면서 동네서점의 가치를 체험했다”고 전했다.

투어 전에는 인터넷 시대에 동네서점이 과연 필요할까 생각했다는 박현원 씨는 “서점은 단순히 참고서나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가치를 만들고 팔고 제공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강조했다.

김은정 씨는 “작은 서점에서 책들이 새로운 안목으로 해석되고 선택되는 새로운 소비의 형태를 발견했다”며 “소비자 애정과 관심이 동네서점을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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