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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소년중앙] 쇼는 계속돼야 한다…이번 무대는 ‘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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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곡예와 스토리 더해 서커스는 진화한다

공중의 줄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빙글빙글 도는 굴렁쇠 안에서 뛰어다니는 곡예사를 보면 행동 하나하나에 넋을 놓고, 감탄을 쏟아내게 됩니다. 박수와 탄성은 기본,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휘감기도 하죠. 무슨 말이냐고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 서커스 얘기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공연 중인 태양의서커스 ‘쿠자’가 개막 한 달 만에 200억 매출을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한동안 사람들에게 잊혔다고 생각했던 서커스는 어떻게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게 되었을까요. 또 한국의 유일한 서커스단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동춘서커스의 소식도 궁금해졌습니다. 여전히 우리 곁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서커스의 세계로 함께 떠나보시죠.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봉앤줄, 동행취재=박성민(서울 이대부속초 6) 학생기자·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자료=마스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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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커스의 역사 ★

서커스는 원형(Circle)을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Circus)에서 유래했습니다. 최초의 서커스 공연은 고대 로마의 전차경기장인 키르쿠스 막시무스에서 열렸죠. 검투사의 대결 같은 잔혹한 대결이 펼쳐지기도 했지만, 주요 행사는 7바퀴를 돌아서 승부를 겨루는 전차 경주 였어요. 오늘날과 같은 서커스는 1768년 영국에서 직접 마상 곡예를 펼치기도 했던 필립 애슬리가 공연한 쇼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런던에 지름 36.5m의 원형 마당을 갖춘 극장을 만들고, 음악에 맞추어 말 등에 선 채로 원형 서커스장을 전력으로 질주했죠. 이후 줄타기 곡예사, 다양한 묘기, 광대의 공연을 포함시켰어요. 1825년 서커스가 인기를 끌자 거대한 천막 극장을 가지고 이동하는 방식의 천막 서커스가 댄 라이스에 의해 시도되었죠.

미국으로 넘어간 서커스는 1870년대에 보편화됩니다. 이때 활동한 P T 바넘은 유명한 서커스 흥행사 중 하나로 영화 ‘위대한 쇼맨’으로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죠. 이 영화를 통해 서커스를 접한 소중 독자들도 많을 겁니 다. 그는 ‘바넘의 아메리칸 박물관’을 만들어 기상천외한 전시물을 선보이며 관심을 유도하는 수완을 발휘했고 1871년 ‘지상 최대의 쇼’를 창단하며 본격적으로 서커스 사업에 들어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서커스는 1950년대로 접어들며 점점 쇠퇴해요. 동물 학대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고, TV와 영화 등의 발달로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었죠.

1970년대 초 서커스는 부활의 조짐을 보입니다. 동물을 등장시키지 않고 서커스의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롭고 현대적인 공연양식을 결합해 새로운 서커스를 만들어갔죠. 곡예에 미적인 요소와 스토리 라인, 메시지를 담은 ‘컨템포러리 서커스(뉴 서커스)’가 대세를 이룹니다. 뉴 서커스로 가장 상업적인 성공을 한 극단이 바로 태양의서커스죠. 태양의서커스는 캐나다 퀘백 지역의 베생폴에서 곡예사 기 랄리베르테가 친구인 질 생크루아, 다니엘 고 티에와 함께 기획한 순회공연에서 시작했어요. 1982년 베생폴 거리극 축제를 열어 성공을 거둔 이들은 세계 순회란 꿈을 품게 됩니다.

1984년, 퀘백시는 자크 카르티에의 캐나다 발견 450주년을 기념하며, 축제의 기운을 퍼 트릴 수 있는 쇼가 필요했죠. 기 랄리베르테는 태양의서커스를 제안, 주최자들을 설득하 는 데 성공했어요. 1984년 캐나다 퀘벡의 거리예술가 20명이 모여 시작한 태양의서커스는 지난 30여 년간 세계 60국, 450여 도시에 서 1억9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문화예술 사업 역사상 가장 성공적 모델로 꼽히죠. 사양 산업으로 전락한 서커스에 스토리와 음악, 상상력을 불어넣어 가장 현대적인 쇼, 종합예술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태양의서커스가 독보적인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강점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태양의서커스 본사 PR팀 관계자는 “새로운 기술과 공연 형식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저희 공연에 융합시키는 방법을 추구함으로써 선구자적 위치를 지키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 위에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는 것이 비법이죠. 태양의서커스 모토는 하나입니다. 불가능이란 단어에 불과하다”라고 밝혔어요.

★ 한국을 찾은 태양의서커스 ★
2007년 ‘퀴담’으로 한국을 처음 찾은 이래 ‘알레그리아(2008)’, ‘바레카이(2011)’,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2013)’, ‘퀴담(2015)’으로 꾸준 히 한국을 방문했어요. 3년 만에 찾아온 ‘쿠자’는 200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미국·유럽·일본 등 18개국 56개 도시에서 800만 명이 관람한 흥행작입니다. ‘쿠자’ 예술감독 딘 하비는 “태양의서커스 기원으로 돌아가는 취지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고난도 곡예와 광대 연기 에 관한 공연이죠”라고 설명했습니다. 외톨이 ‘이 노센트(Innocent)’가 상자 속에서 나온 ‘트릭스터 (Trickster)’와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 사람들 간의 소통, 선과 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쿠자’, ‘동춘서커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곡예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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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니사이클 듀오 외발자전거 위에 한 명의 곡예사를 추가하면서 전통 외발자전거 묘기에 변형을 가한 퍼포먼스. 균형 잡기와 곡예의 자제력, 힘과 우아한 안무, 협력을 통해 두 명의 아티스트는 멈추지 않는 파 드 되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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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컨토션 혁신적인 움직임과 대형·속도·팀워크를 통해 조형적인 아름다움과 풍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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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공중비천 남녀 커플이 빨간 천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다닌다. 아름다운 예술성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공중에서 펼치는 한 편의 로맨스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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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티터보드 곡예사들이 공중으로 널을 뛰어 몸을 내던지며 5회전 공중제비를 하면서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1개 또는 2개의 금속 대말을 다리에 묶은 채로 9m 상공에서 묘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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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자탑 의자를 돌리고 물구나무서서 매달리는 등 다양한 기예를 보여준다. 하이라이트는 의자로 탑을 쌓으며 균형 잡기와 신체 능력의 극한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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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휠 오브 데스 2명의 아티스트가 1600파운드 무게의 휠 오 브 데스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킨다. 끊임없이 뛰어오르며 용감무쌍한 곡예와 환상의 팀워크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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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이 와이어 최대 6600파운드의 장력을 견딜 수 있는 4.5m 길이의 밧줄 2개를 7.6m 무대 상공에 설치하고 4명의 곡예사가 걷는다.

★ 한국 최초 서커스단 '동춘서커스' ★

1925년부터 지금까지 쭉 대중문화 한 축 맡아온 심장 떨리는 무대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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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 학생기자단이 동춘서커스 박세환 대표를 만나 동춘서커스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박성민 학생기자·박세환 대표·차연재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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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서커스에 대해 알아보니 한국의 서커스도 궁금해지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 서커스단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동춘서커스를 찾아갔습니다. 안산 대부도에 동춘서커스 상설 극장이 있죠. 주변에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이 가득했어요. 동춘은 1925년 세워진 한국 최초의 서커스단으로 구봉서·서영춘· 남철·남성남·허장강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을 키워냈습니다. 사회적 변화와 TV 보급 등 볼거리가 많아지며 서커스를 찾는 발길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동춘을 포기하지 않고 지킨 사람이 있었어요. 그 주인공인 박세환 대표가 소중 학생기자단을 맞이했죠.

성민이가 “처음 동춘에 들어오신 계기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어요. “스무 살에 배우를 꿈꾸고 들어왔어요. 그때는 서커스가 한국 대중문화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거든요. 1970~80년대 태풍으로 천막극장이 무너지면서 동춘에 위기가 옵니다. 당시 서커스를 그만두고 부산에서 사업을 했는데 주변에서 동춘이 어렵다고 인수를 권하더라고요. 그때 인수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죠.” 박 대표는 그 후로도 태풍에 극장이 쓰러지고,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으로 타격을 입는 등 각종 위기가 있었지만 힘든 순간마다 국민들이 동춘은 없어지면 안 된다고 공연장을 많이 찾아와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어요. 국민들이 살려줬으니 보답하는 마음으로 공연비도 저렴하게 받고 있다는 겁니다. 성인 2만5000원, 소인 1만6000원이지만 예약하면 1만5000원, 8000원에 관람할 수 있죠. “4인 가족이 연극 한 프로 값으로 서커스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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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태양의서커스가 국내에서 흥행하며 다시 서커스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 “어 제 ‘쿠자’를 보고 왔어요. 기술 8가지를 보여줘요. 근데 우린 16가지 보여주거든. 다른 건 음악·의상·무대 장치 등인데 이런 건 개인이 하기 힘들어요. 태양의서커스도 캐나다 정부가 거금을 투자해서 시작됐으니까 우리도 힘을 합치면 제대로 할 수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 동춘에 투자한다고 여러 번 기회가 왔다가도 엎어지고 이런 게 너무 많았어서 이젠 좀 지친 상태예요. 지금 우리 단원들 배부르게 먹고 잘 사는 걸로 만족하지만 좀 답답하지.”

나이가 들어서 다 귀찮다고 말은 하지만 후배 양성과 서커스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커 보였습니다. “서커스 아카데미를 빨리 만들어야 해요. 신체의 유연성이 필요한 만큼 어린 나이부터 시작해야 하거든. 축구 선수, 피겨스 케이트 선수 다 어려서부터 하잖아요. 적당히 배워서는 세계 무대에 설 수가 없죠. 무용·발레·서커스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가 필요해요. 서울에 서커스 관광극장을 만들고 지방에도 짓고 싶었는데 잘 안 됐어요. 시간 낭비를 많이 했는데 언제라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박 대표는 열 마디 말보다 실제로 한 번 보 는 게 중요하다고 공연을 잘 보라고 얘기했죠. 연재가 동춘서커스에도 동물이 나오냐고 물어봤어요. “2015년 몽골에서 서커스를 봤을 때 개나 악어가 나오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어요.” 박 대표는 “예전에는 코끼리·침팬지· 낙타 다 나왔어요. 동물보호법이 엄격해지고 태양의서커스가 동물 없는 서커스를 내세우고 작품 위주로 변하면서 우리도 영향을 받았죠.” 성민이가 10대에게 통할 서커스의 매력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했죠. “서커스 속에 원심력 등의 과학이 담겨 있어요. 그 과학적인 요소를 발견해 보고, 대담성·민첩성·예술성 모든 것이 담긴 복합장르의 매력에 빠져 보세요. 어르신들은 추억과 향수를 넘어 새로운 아트서커스를 보는 셈이죠.” 마지막으로 연재가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이냐고 물어봤어요. “생사륜, 생과 사의 바퀴기술이라고 큰 바퀴 두 개가 돌아가는 곡예가 있는데 볼만해요.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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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철봉에 9명의 배우들이 각각 매달려있는 곡예. 균형 감각과 몸의 근력이 필요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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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와 인터뷰를 끝낸 학생기자단은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주말에 진행되는 4회 공연 중 2회차인 오후 2시 공연. 대부분 가족 단위로 남녀노소 나이·연령대도 다양하게 꽤 많은 관객들이 공연장을 채웠죠. 14개 프로그램이 약 90분 동안 펼쳐지는 데 5~8분 정도의 짧은 레퍼토리가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쌍철봉공연, 공중실크 공연, 줄타기 등 곡예마다 개인·단체·혼성으로 나눠서 진행됐죠. 남녀 커플이 빨간 천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공중비천, 동료의 다리에만 의지한 채 공중에서 농구공을 자유자재로 주고받는 곡예, 의자를 여러 개 쌓고 물구나무서서 매달리기, 빠르게 회전하는 특수 장 비 위에서 선보이는 줄넘기 등 다양한 곡예가 쏟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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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대표가 동춘의 하이라이트 공연이라고 추천한 생사륜. 배우들이 두 개의 바퀴 주변과 위, 아래를 아무 안전장치 없이 달려 관객들에게 스릴 넘치는 기술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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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박세환 대표가 추천한 생사륜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사회자의 “목숨을 건 공연입니다”라는 멘트가 무섭게 들렸어요. 서커스 배우들이 두 개의 큰 바퀴 위를 아무 안전장치 없이 빠르게 달립니다. 급기야 안대로 눈을 가리고 달리자 두 학생의 입에서는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너무 무서워요” “심장 떨려 못 보겠어요” 다행히 아무 일 없이 끝났지만 심장은 여전히 뛰고 있었죠. 기술 자체는 태양의서커스와 똑같았습니다. 줄타기, 의자탑에서 곡예, 밧줄 위 자전거, 바퀴 위 곡예 등 곡예 종류와 기술은 어느 서커스단이나 비슷하 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죠. 물론 무대·의상·음악 등의 차이로 같은 난이도의 곡예가 다르게 보이는 건 어떨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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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끝나고 두 학생은 무대에 올라가 서커스 장비를 가까이서 보고, 쌍철봉에 매달려 보기도 했죠. 성민이는 “앉아서 볼 때는 봉에 잘 매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두 손으로 잡는 것도 어렵고 팔의 힘만으로 가로로 매달린다는 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놀라워했습니다. 연재가 공연한 배우들에 대해 궁금해했죠. 형강두 기술감독은 “오늘 공연한 배우들은 다 중국인이고, 대부분 20대예요. 8~9살에 중국 서커스 예술학교 들어가 6년 배우고 졸업하면 그 후에 활동할 수 있어요”라고 궁금증을 해결해줬죠. 하루 4회 공연이면 배우들이 너무 힘들 것 같기도 한데요. 다행히 팀을 나눠서 교대로 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한국 최초의 서커스단은 아직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었습니다. 한정된 기간이 아니라 연중무휴 언제라도 볼 수 있는 동춘서커스가 있으니 직접 방문해 짜릿한 곡예의 세계에 빠져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 ★

봉을 오르고 떨어지는 기예 속에 녹여낸 메시지로 공감 자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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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제1수취장 메인홀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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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동춘서커스만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서커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지원에 힘쓰고 있는데요. 서울문화재단은 2010년 폐쇄한 ‘구의취수장’을 리모델링해서 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열고 서커스 연습실로 무료 개방하고 있습니다. 서커스 전문가 양성, 서커스 제작 지원 등의 사업도 펼치고 있죠. 전통적인 의미의 서커스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컨템포러리 서커스, 현대 서커스를 하는 팀도 눈에 띄는데요. 서커스 기예인 봉(Chinese Pole)과 줄(Tight Wire)을 이용하는 1인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안재현 씨를 만났습니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제1취수장 메인홀 에서 만난 그는 2m 줄 위를 부채 하나만 들고 지나가고 있었죠. 숨죽여 지켜보고 있으니 어느새 줄을 지나 봉이 있는 곳으로 갑니 다. 높은 봉 위를 순식간에 오른 후 한 손을 떼고 매달려 있다가 어느새 거꾸로 매달립니 다. “앗!!” 기합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칩니다. 머리를 땅에 박는 게 아닐까 걱정하며 눈을 감는 순간 멈춰섭니다. 보는 사람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으니 직접 하는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잠시 숨을 고르고 또 봉 위를 오르고 또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올랐다가 떨어지고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게 봉앤줄이 하는 서커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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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기예인 봉과 줄을 이용하는 서커스 창작집단 봉앤줄의 안재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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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봉앤줄’을 소개해 주세요.

2015년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 열린 서커스 전문가 양성과정 워크숍에 참여했어요. 프랑스 강사가 6m 장대와 줄타기를 가르쳐줬는데 너무 재밌어서 기예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단체를 만들었죠. 이제 2년 반 정도 됐고, 주로 거리 예술을 했어요.

Q 원래 서커스에 관심이 있었나요.

아니요. 원래 연극을 하고 있었는데 연극배우들은 자기 특기를 만들려고 여러 워크숍을 듣거든요. 서커스가 독특해서 참여했는데 저랑 잘 맞은 거죠. 워크숍이 끝나고 저처럼 계속 서커스를 연습하는 사람은 없어요. 서른 살이 넘어 뒤늦게 연극을 시작했는데 워크숍 즈음 슬럼프를 겪고 있었죠. 서커스를 하며 재미도 있었지만 돌아갈 때도 없었어요. 그래서 계속 해야만 했죠.

Q 위험한 동작인데 부상을 당한 적은 없나요.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진짜로 떨어져서 오른쪽 쇄골 인대가 파열됐어요. 그 후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줄타기도 그렇고 봉타기도 그렇고 두려움과의 싸움이에요. 극복하기 위해서 매일 똑같은 루틴으로 연습해요. 똑같은 시간에 워밍업하고 봉에 올라가고 한 번 쉬고 또 올라가고, 공연 때도 똑같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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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외봉인생’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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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봉앤줄의 서커스를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의상·음악·소품이 중심이 아니라 그냥 행동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이 보였으면 좋겠고 한계점이 보였으면 좋겠어요. 원래 서커스라고 하면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과 화려함을 보면서 희열을 느끼는데 저는 화려함은 걷어낸 거죠. 기예를 한 뒤에 오는 가쁜 숨 혹은 땀으로 일그러진 얼굴 이런 것들을 감추지 않고 그냥 보여줘요. 저는 단순한 움직임을 계속 반복적으로 해요. 끊임없이 오르지만 끊임없이 떨어지고 어느 순간에는 더 이상 못 오르고 끝나죠. 그냥 바닥에서 끝나는 걸 보여주는 게 사람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메시지가 있 거든요. 계속 봉을 오르는 퍼포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과거, 미래가 떠오를 수도 있고 그런 것들이 재밌는 것 같아요.

Q 서커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 는 조언이 있을까요.

서커스는 힘들고 위험한데 재밌는 요소도 많고, 반복적인 연습으로 어떤 동작을 해냈을 때 성취감이 커서 그런 걸 느끼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자존감 없는 친구들이 하면 신체가 발달하고 자기가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자존감이 생기는 것 같고요. 저는 혼자 기예 연습을 하고 다른 장르와 섞는 작품을 하지만 다른 서커스를 보면 대부분 사람들과 같이 하거든요. 한 동작을 하기 위해 서로의 몸을 부딪치면서 잡아줘야 되고 믿음을 줘야 되기 때문에 신뢰를 형성하는 데도 좋은 장르 같아요.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저의 서커스가 나아갈 길은 나의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커스 기예 종류가 꽤 많거든요. 그 기술을 완벽하게 하기까지 많이 연습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이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발견해서 그걸 보여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서커스 기예는 방식 중 하나일 뿐이지 않을까요. 좋아하는 걸 찾고 표현하는 방식으로 서커스를 넣는 게 저의, 또 한국의 서커스를 찾는 방법인 것 같아요. 저도 뒤늦게 기예를 했기 때문에 태양의서커스처럼 하는 건 불가능하거든요. 그들은 다 어렸을 때부터 했으니까요. 저 같은 단체가 많이 생기는 게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2년 동안 했던 거리 작품 중에 ‘외봉인생’이라 는 작품이 있는데 외국 축제예술가가 좋게 보셔서 내년에는 해외 투어를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줄과 굿을 활용한 작품을 만들 계획이에요. 무당들이 굿할 때 작두 타듯 줄을 대신 타는 거죠. 같이 섞이면 재밌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바다길을 지나 도착한 안산의 동춘서커스 상설공연장! 예술의 전당같은 곳인줄 알았는데···허름하고 낯선 풍경이라 조금은 놀랐죠. 대표님과 인터뷰를 했는데 1925년 창단이래 긴 역사를 지내오면서 서커스단을 지켜내기 위해 많은 고달픔을 이겨내고, 노력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목표한걸 끝까지 이루어낸 대표님이 존경스럽게 느껴졌어요. 동물 서커스를 했다는 인터넷 자료를 본적이 있어서 박제된 코끼리가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 거렸지만 박제된 코끼리는 다른 장소에 있고, 정식 상설공연장이 마련되면 전시할 예정이라는 말씀을 듣고, 어서 빨리 동춘서커스단이 국제적으로 유명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서커스를 직접 봤는데 화려한 불빛, 눈뜨고 볼 수없을 정도의 아슬아슬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어요. 우리학교는 매주 새소식이라는 코너를 통해 내가 경험한 것, 내가 새롭게 알게된 것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는데, 이시간을 통해 동춘서커스를 소개하고, 친구들에게 동춘서커스를 꼭 한번보라고 홍보하려고 해요. 저는 동춘서커스단이 세계적인 서커스단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대표님의 사인을 못받아와서 아쉽네요. 박성민! 동춘서커스 어린이 홍보단을 자처합니다. 그리고 대표님과 단원들의 노력에 큰 감동과 박수를 보냅니다.

- 박성민(서울 이대부속초 6) 학생기자

2015년에 몽골에서 서커스를 본적이 있었는데 악어나 강아지가 나오는 모습이 너무 불쌍했던 기억이 있어요. 동춘서커스도 옛날에는 코끼리와 같은 동물들을 데리고 다니며 공연을 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물학대가 논란이 되고 있어 동물 출연은 안하고 있다고 해서 서커스를 보기 전에 안심이 됐어요. 서커스장과 공연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지만 서커스 단원분들이 너무 열심히 공연을 해주셔서 공연 내내 즐겁게 본것 같아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링을 통과하는 묘기였는데 정말 아슬아슬 했죠. 서커스를 보다 보니 지금의 동춘서커스가 93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어요. 취재를 오기전에는 요즘 새롭게 시작한 공연이 낫다고 생각했지만 취재를 한 뒤에는 동춘서커스와 같은 역사적인 공연도 정말 흥미롭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옛날 서커스는 재미없고 촌스럽다는 편견을 버렸어요. 나중에 커서 동춘서커스 100주년 공연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래봅니다.

- 차연재(서울 도성초 5) 학생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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