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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단 돈 만원' 제대로 썼다면…恨 맺힌 강릉 펜션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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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펜션 고3 사망 사고

경찰 “일산화탄소 중독” 확인

일산화탄소 경보기 부재에

펜션 안전점검 주체도 불명확

정부 뒤늦게 경보기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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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누출 추정 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원도 강릉시 경포 아라레이크 펜션 2층 객실에서 19일 밤 국과수 대원들이 연통을 해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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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유병돈 기자] 단 돈 만원만 제대로 썼더라면 참변을 막을 수 있었다. 수능을 마친 해방감 속에서 친구들과 깊은 잠에 든 열아홉 고등학생들. 이들을 흔들어 깨울 수 있었던 만원짜리 일산화탄소(CO) 탐지·경보기는 그 자리에 없었다.

이번 사고로 고교생 3명이 숨졌다. 이들의 시신은 어제(19일) 오후 헬기를 통해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됐다. 상태가 위중했던 친구 7명은 강릉아산병원과 원주세브란스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으며 일부 의식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시간 산소 결핍상태에 노출된 피해 학생들은 폐렴, 뇌기능 저하, 치매 등 각종 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생명이)위험한 고비는 지났지만 합병증이 올 수 있어 고압산소치료와 함께 내과적인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피해 학생들의 치료를 총괄하는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광역응급의료센터장의 설명이다.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위험에 몰아넣은 강릉 펜션 사고의 원흉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다. 일산화탄소 경보·감지기만 설치돼 있었더라면…. 이 장치는 일산화탄소가 누출돼 사전에 설정된 경보농도점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경보를 울려 사용자에게 알리는 가스 안전장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1만원대면 구입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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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산화탄소 경보기


사고 펜션은 농어촌 민박업으로 등록돼 있는 곳이었다.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다. 안전점검의 주체도 불명확했다. 정부는 뒤늦게 농어촌 민박에 일산화탄소 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박의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관련 대책을 내놨다. 이미 소중한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뒤였다.

일산화탄소 경보·감지기는 비싸지도, 설치가 복잡하지도 않은 단순한 기기다. 설치판을 벽에 고정한 후 가스경보기 본체를 설치판에 걸어 사용하면 된다. 건전지나 220V 콘센트를 전원으로 한다. 가스보일러가 설치된 보일러실 또는 연결된 배란다, 주방, 가스기구 사용 장소에 설치하면 된다. 일산화탄소 감지기 외에 공기보다 무거운 LPG가스 경보기는 바닥으로부터 30cm 이내에 설치하고, 공기보다 가벼운 LNG가스 경보기는 천정으로부터 30cm이내에 설치하면 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정과 숙박시설 등에 설치된 가스경보기는 LPG, LNG만 검출하는 것들이 많다”며 “일산화탄소나 암모니아 등 다른 유해가스도 검출할 수 있는 가스경보기 혹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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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강릉시 경포의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19일 오후 국립과학수사대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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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뒤늦게 안전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현재 진행 중인 동절기 점검기간(이달 1일~내년 2월 15일)을 연장하고 전수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월 1회 가스 누출 점검’으로 국한된 가스 관련 점검항목을 보다 세분화해 가스시설의 환기, 배기통 이음매 연결 상태 등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농어촌정비법 개정을 통해 농어촌민박 신고 시 시설 기준에 일산화탄소감지기 설치를 포함할 계획이다.

한편 전날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팀의 검시 결과 사망자들은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며 “체내에서 별도 독극물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학생들의 몸에서 검출된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치사량(40%)을 훌쩍 웃돌았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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