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강릉 펜션 참변' 원인 규명 집중…경찰 "피해자 조롱글 강력 대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누가 만졌나… 보일러 연통 ‘지문감식’/ 연결부분 마감 처리 흔적 없고 / 시공자명·등록 번호 표기 안돼 / 경찰, 보일러 연통 지문감식 조사 / 학생 1명 오늘 퇴원 가능할 듯 / 경찰 “피해자 조롱글 강력 대응”

강원 강릉 A펜션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20일 보일러 연통(배기관)이 어긋난 이유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무자격 보일러 설치업자의 부실시공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부상 학생 중 1명이 전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진 데 이어 학생 2명도 이날 일반병실로 옮겨지는 등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본부는 전날 사망 학생 3명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됨에 따라 보일러 연통의 접촉 불량 이유와 시점을 밝히는 게 수사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보일러 본체와 배기관이 어긋난 시점이 2014년 보일러 설치 때부터인지, 아니면 지난 7월 게스트하우스를 펜션으로 리모델링할 때인지를 조사하고 있다. 보일러와 배기관의 불량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원인으로 지목된 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옮겨 정밀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고 학생들이 묵은 201호 객실의 과거 투숙객을 대상으로 투숙 당시 보일러 이상 여부를 파악하고 있다. 이달 초 해당 객실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단체 투숙객이 순차적으로 묵었다. 경찰은 이 객실이 지난 17일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 10명이 투숙하기 전 열흘간 비어 있었던 시기에 어떤 작업이 있었는지도 조사 중이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누군가 연통 부분을 만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문 감식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라레이크 펜션에서 국립과학수사요원들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가스중독 사고(3명 사망, 7명 부상) 발생 펜션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마친 후 보일러를 옮기고 있다.


보일러 부실설치 의혹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보일러를 설치할 때 배기관 연결부위가 내열 실리콘이나 석고붕대 등으로 마감처리가 돼야 하지만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 시공표지판에 시공자 명칭 또는 상호, 시공자 등록번호 등도 적혀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스보일러는 대리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누구나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지만 설치·시공은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반드시 가스시설시공업을 등록한 자(면허보유자)가 시공해야 한다. 또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해당 지자체에 관련 업종으로 등록할 수 있다. 경찰은 펜션 건물주가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시공을 맡겼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부상 학생들의 상태도 점차 호전되고 있어 의료진도 희망을 품고 지켜보고 있다. 현재 부상 학생 7명 중 3명이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중환자실 4명 중 호전된 2명을 일반병실로 옮겼고, 기존 일반병실에 있던 1명은 내일까지 특별한 상황이 없으면 귀가가 가능할 거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켜봐야겠으나 귀가한다면 보호자 관리 아래 치료가 가능하다”며 “보호자와 퇴원 가능 여부를 상의 후 심리치료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대성고 학생들이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강릉 펜션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한 학생들의 빈소에서 줄지어 서 있다.


중환자실에 남은 학생 2명도 부르면 눈을 뜰 수 있는 수준으로 올랐고 전날에는 통증 반응만 있었으나 이제는 명령 반응이 있다고 강 센터장은 설명했다. 의료진과 관계자들은 부상 학생들의 병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직 친구 3명의 사망소식은 알리지 않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 있는 학생 2명도 조금씩 호전돼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학생들 장례식은 유족 뜻에 따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치러진다. 학생들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는 대성고등학교 옆 대성중학교에 마련됐으나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한 채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에게만 조문을 허용하고 있다.

경찰은 ‘일간베스트 저장소’, ‘워마드’ 등 극단 성향의 사이트에서 강릉 펜션 피해자 등을 조롱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피해 학생과 유족 등을 모욕·조롱하고 명예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전 지방경찰청에 지시해 사이버순찰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연직 선임기자 repo21@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