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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강릉 펜션 사고’ 후폭풍…불 꺼진 경포대, 불티난 일산화탄소 측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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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난 뒤 하루 만에 4~5건의 예약이 취소됐습니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부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마모(43)씨 목소리는 침울했다. 지난 18일 고등학생 10명이 경포대 인근 경포 아라레이크펜션에서 묵다 일산화탄소 누출로 죽거나 다친 이후 펜션 고객 발길이 뚝 끊어져서다. 마씨는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 대목에 해돋이 여행을 계획했던 고객들이 ‘찝찝하다’면서 잇따라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며 "하루 매출만 50만~60만원 손해를 보고 있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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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저녁 사고가 발생한 강릉 펜션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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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대목인데…" 경포대 숙박업소 예약취소 속출
강릉시는 지난해 1529만명의 관광객이 찾은 강원도 최대 관광도시로 꼽힌다. 연말·연초는 여름철과 함께 대표 성수기다. 일출 명소인 경포대 주변의 연말·연초 숙박비는 하룻밤 20만원대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강릉 펜션사고’ 이후 경포대 주변 펜션은 직격탄을 맞았다. 19~21일 사이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이 접촉한 강릉 펜션 업주 10여명은 공통적으로 "예약자들이 일산화탄소 누출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릉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배모(50)씨는 "최근 3년 동안 연말 성수기에는 예약률이 100%였다"며 "그런데 사고가 터진 이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가스보일러 난방이 아닌 펜션들도 올 겨울나기가 걱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고교생 단체 숙박은 대부분 취소됐다. 강릉시 D민박은 하루 만에 예약 네 건이 취소됐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고등학교 단체 손님이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학부모가 불안감에 예약을 취소했다고 한다. D민박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10년째 경포대에서 숙박업을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면서 "가뜩이나 KTX 탈선사고가 벌어진 이후 관광객이 줄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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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일 오전, 시민들이 새해 첫날 일출을 보기 위해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으로 몰렸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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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O펜션을 운영하는 홍모(43)씨도 "예약 손님들로부터 ‘보일러 점검을 잘 받았는지, 일산화탄소는 안 나오는지’ 묻는 문의전화가 빗발친다"며 "그 때마다 ‘전기 보일러를 이용해 안전하다’고 답하지만 통하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없어서 못 사는 일산화탄소 측정기
‘일산화탄소 공포’에 측정기 판매업소는 반대로 구매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21일 찾은 서울 종로구 계측기 전문업체 ‘계측기 옥션’에는 일일이 응대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화벨이 수시로 울렸다. 이 업체는 갑작스럽게 수요가 증가한 탓에 물량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계측기 옵션 업주 송모(54)씨는 "일산화탄소 계측기는 찾는 사람이 적은 제품인데, 이번 펜션사고 이후부터 물량이 달린다"라며 "지금 사려면 예약을 해도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임모(60)씨는 사고 이후 부랴부랴 객실 수 만큼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주문했다. 뉴스를 보고 가슴이 철렁했다는 임씨는 "주위 펜션 업자들에게도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사두라고 추천했다"면서 "보일러도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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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종로의 한 계측기 전문업체에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시려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계측기 업체 주인은 “일산화탄소 측정기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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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일산화탄소 측정기와 경보기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강릉 펜션 사고 이튿날인 지난 19일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의 가스감지기 거래액은 평소의 6.7배, 화재감지기 거래액은 2.8배 늘었다. 사고 이틀 뒤인 20일에도 가스감지기와 화재감지기의 거래액이 사고 당일인 18일보다 각각 4배, 2.5배 증가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미·무취라 사람이 자각할 수 없는 가스"라면서 "일산화탄소 누출 정도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수시로 환기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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