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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해킹·화웨이 사태에 냉랭한 미·중…신냉전 기운 도래 [월드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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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미국과 중국이 모든 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지역과 분야를 가리지 않은 패권 다툼이 갈수록 첨예화하고 있다. 12월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동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지만, 갈등은 더욱 격화하고 있다.

2018년은 미·중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 해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 이후 미·소 냉전 시대 동안 구소련(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 카드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냉전 이후 급성장한 경제 발전을 토대로 글로벌 패권국 미국의 위치를 위협하면서 모든 곳에서 전면적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무역전쟁 선전포고 이후 외교·안보, 군사, 첩보와 해킹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국제기구, 지역 안보 협의체에 대한 영향력 등 전 영역의 대립이 구체화했다.
세계일보

◆해킹·화웨이 사태는 양국 관계의 질적 변화의 상징

미국이 제기한 중국의 해킹 문제와 앞서 발생한 화웨이 멍완저우(孟晩舟) 부회장 체포 사태는 양국 간 갈등의 단면이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선 미국이 중국인 해커 2명을 기소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영국과 뉴질랜드. 호주 등 미 동맹국이 중국의 기술탈취 행위를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중심의 반중 블록 형성이 구체화했다. 신냉전 기운이 도래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이상 지속한 미·소간 냉전은 두 거대 제국뿐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동맹국간 ‘세력 대 세력’ 다툼의 측면이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 진영은 한국을 지원했고, 구소련과 중국은 북한을 지원했다.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과 필리핀 등 미 동맹국은 미국을 지원했으며 구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북 베트남을 군사적으로 지원했다.

화웨이 사태에서는 이 같은 대립 구도가 더욱 분명해진다. 캐나다는 미정부 요청으로 멍완저우 부회장을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보석 결정으로 구치소에서는 풀려났지만, 여전히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는 중이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동맹국들에 촉구했고,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이 퇴출을 검토 중이다. 일본도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은 미 동맹국 보복에 치중하고 있다. 캐나다인 3명을 억류했다. 앞서 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도입과 관련, 한국의 경제적으로 보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 우군 확보에 도 필사적이다. 크림반도 강제병합 등을 이유로 EU(유럽연합) 및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가운데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연선국들을 한 편으로 엮는 데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가 파키스탄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파키스탄 공군과 중국 정부 관계자가 중국산 제트기와 무기 공급 확대를 위한 비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대일로를 고리로 파키스탄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호주와 일본, 인도를 연결하는 미국의 봉쇄 정책과 중국의 고립이다. 일대일로를 통한 봉쇄선 돌파는 중국의 생존과도 연결돼 있다고 보고 있다. 더 나아가 미국의 뒷마당인 중앙아메리카의 파나마와 수교하고, 남태평양 도서 국가들을 경제협력 명분으로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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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휴전 협상 어떻게 되나?...긴장완화엔 도움, 전면 충돌 멈추기엔 역부족

외교 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전쟁 90일 휴전과 협상이 향후 양국 관계 변화를 좌우할 주요 변수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90일 휴전 협상이 양국 간 긴장 관계를 어느 정도 완화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양국 간의 전면적 충돌을 멈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미·중 정상회담 직후 미국의 요구에 대해 중국 측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고는 있지만, 무역전쟁 종전 여부는 결국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중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종 합의는 어려울 것이어서다. 중국은 휴전 협상 이후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인하했고, 대두(콩)에 대해서도 미국산 수입 재개를 발표하는 등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중국으로서도 경제 문제에 대해 미국 측 요구를 근본적인 문제에까지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21일 끝난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보더라도 경제 방향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무역전쟁 장기화를 대비해 내수를 진작하는 한편 기존 과학기술 혁신과 제조업 굴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공산당 지도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경제구조의 업그레이드, 과학기술 혁신, 개혁개방 심화, 경제의 질적 발전 가속화 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조업의 질적인 발전, 선진 제조업과 현대 서비스업의 심도 있는 융합으로 ‘제조 강국’ 건설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미 정부 타깃인 ‘중국제조 2025’를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와 함께 미·중무역 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응해 더 큰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고, 각종 비용도 인하키로 했다. 이번 회의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해 리잔수(栗戰書), 왕양(汪洋), 자오러지(趙樂際), 한정(韓正) 등 최고 지도부인 중국공산당 상무위원 7명이 전원이 참석했다.

베이징=이우승 특파원 ws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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