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혈액 속 백혈구 증식
정상 조직 공격 땐 위험
X선 방식 수혈이 더 안전
혈액은 우리 몸에서 동맥·정맥·모세혈관 등 크고 작은 혈관을 타고 흐르는 체액이다. 심장 박동으로 온몸을 끊임없이 순환하면서 뇌·간·폐 등 여러 장기에 산소·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운반해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혈액은 의학기술이 발달해도 여전히 대체 불가한 영역이다. 만일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수술 등으로 대량 출혈이 발생하면 순환 혈액량이 부족해 체내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고 혈압이 낮아져 출혈성 쇼크로 생명 유지가 어렵다. 체내 혈액의 30%만 소실돼도 사망할 수 있다. 그래서 외부에서 부족한 혈액을 채우는 수혈이 필요하다. 인구 고령화로 암·심장·관절 수술 등이 증가하면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더 늘어나고 있다.
작년 수혈 관련 부작용 2783건 달해
수혈은 수술할 때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일부다. 대부분 치료 목적으로 수혈을 받는다. 급성백혈병 같은 혈액암이나 재생불량성빈혈, 혈우병 등 혈액 생성과 관련된 질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대상이다. 항암 치료로 혈액을 만드는 조혈 기능이 떨어진 암 환자도 마찬가지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전체 수혈 환자의 50% 이상이 이 같은 치료 목적으로 수혈을 받는다. 부산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형회 교수는 “이들은 새로운 피를 만드는 공장인 골수에서 정상적으로 혈액이 생성되지 않아 심한 빈혈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을 몸속으로 주입하는 수혈 치료로 부족한 혈액 성분을 보충해 산소 운반 능력을 향상시키고 혈액응고 능력을 유지해준다.
이런 수혈 치료는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 감염·면역반응 등 치명적인 수혈 부작용을 겪을 수 있어서다. 한국혈액안전감시체계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 225곳에서 지난해 2783건의 수혈 관련 부작용이 발생했다. 혈액형이 맞지 않아 발생하는 수혈 사고뿐 아니라 혈액형과 상관없이 몸 안으로 들어온 타인의 피가 면역 거부반응으로 덩어리져 혈관을 막기도 한다. 수혈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생명을 앗아가는 심각한 거부반응도 있다. 수혈받은 혈액 속에 포함된 백혈구가 증식해 정상 조직을 공격하는 이식편대숙주병(GVHD)이다. 항암 치료나 혈액암, 골수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졌을 때 주로 발병한다. 따라서 수혈이 이뤄지기 전에 수혈 부작용을 예방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김형회 교수는 “혈액팩에 방사선을 조사해 백혈구를 제거하면 GVHD 발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사성 물질 없는 혈액방사선조사기
이런 이유로 수혈 부작용 예방 효과가 비슷하면서 세슘보다 안전한 X선 방식으로 혈액방사선조사기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 혈액방사선조사기의 76%는 10년 이상으로 노후화가 심각해 교체 시점이 임박했다. 최근엔 JW중외제약 계열사인 JW바이오사이언스에서 국내 최초로 X선 방식의 혈액방사선조사기인 ‘상그레이(작은 사진)’를 출시하기도 했다. 고전압을 통해 X선을 유도해 수혈 안전성을 확보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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