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3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수직적 직장 문화에 직장 갑질 습성적으로 법적 방어망도 미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편사회에서 공감사회로] <1>우리 함께 살 수 있을까

◇ '현장 목소리로 듣는 분열성적표'

④ 이용우 변호사, 직장갑질119ㆍ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한국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장 갑질은 하루 이틀에 끝나는 행태가 아닙니다. 회사라는 ‘일상의 장소’에서 매일 겪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생존의 문제가 달린 일터에서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고 혼자 대응하기는 더군다나 역부족이죠. 그러다 보니 없던 우울증이 생기거나 폭행ㆍ준 폭행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하고, 유산을 겪거나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신청도 있습니다. 죽고 싶다고 토로하는 피해자 중 당장 조치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경우도 적지 않아요. “직장 내 갑질을 더 이상 못 견디겠다. 지금 죽으려고 한다”는 식의 뼈저린 연락을 받기도 합니다. 지난 1년간 접수된 피해 사례만 6,000건이 넘습니다. 필요한 자료까지 첨부한 이메일은 하루에 20건 넘게 들어옵니다. 카톡상담방(오전 9시~오후 9시)은 1분이 멀다 하고 울려요.

갑질은 잘못된 인식의 문제가 큽니다. 사용자는 노동력을 구매한 것에 불과한데 이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구매한 것처럼 착각하곤 합니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에 비해 직장문화가 안착한 지 얼마 안 돼서일까요. 수직적인 직장 문화에서 지위를 이용한 권력적이고 폭력적인 업무지시가 이뤄지고, 그게 갑질의 형태로 드러나죠. 사람들이 다 보고 있고 누군가 영상을 찍는다는 걸 알면서도 갑질을 이어가는 건 몸에 습성화 돼 있는 것이죠. 직장 내부에서 해결하기 어려운데, 외부에서도 풀어낼 해결책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노사관계로 드러나는 계층갈등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가피하거나 필연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죠. 근래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노동자 계층이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생기면서 갈등 양상이 더 뚜렷해졌어요. 논쟁이 분명해졌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봅니다.”

정리=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