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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새해 최저임금 조정, 내 월급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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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최저임금 157만원만 받았다면?

올 인상분 10.9% 반영돼 ‘174만원’

② 기본급 157만+복리비 30만원

복리비 17만원 산입범위 포함

월급 한 푼도 안 올라

③ 상여금 격월로 주면 산입 안돼

기본급 157만원에 월 복리비 20만원

격월로 상여금 150만원 더 받았다면

복리비 7만여원만 산입돼 ‘165만원’

월급 9만원 올려야 법 위반 아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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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최저임금(시급)이 820원(10.9%) 올라 8350원이 됐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던 노동자의 임금이 반드시 오르지 않고, 오히려 실질 임금이 높은 사람의 인상폭이 더 큰 경우도 생긴다. 지난해 5월 국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깎아먹기 때문이다.

2018년까지 최저임금은 기본급과 고정수당만으로 따졌다. 지난해 1월부터 최저임금이 16.4% 오르자 경영계는 “기본급만으로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따지면 위반 사례가 속출한다”며 모든 임금을 산입범위에 넣자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삭감 효과’를 우려해 반발했지만 여야는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정기상여금’과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복리후생비’를 산입범위에 넣기로 했다. 이 비율은 해마다 확대돼 2024년에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전체가 산입된다.

원래 ‘최저임금의 25%와 7%’는 일종의 저임금 노동자 보호 장치였다.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이면서, 연 300%(월 25%×12개월) 미만의 상여금과 월 10만원대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를 받는 ‘연 소득 2500만원 미만’ 노동자는 산입범위 확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노동계는 “실태조사 한번 없었고, 비율도 자의적”이라고 비판했지만 산입범위를 좁힌 의미는 있었다. 하지만 복잡한 임금체계를 더 복잡하게 만들어 그 효과의 분석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6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은 “임금체계 개편으로 해결할 일을 산입범위에 떠넘기는 바람에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최저임금법 개정 결과는 그야말로 ‘블랙홀’”이라고 지적했다. 봐도 봐도 헷갈리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2019년 월급 명세서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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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대임금이 하락하는 저임금 노동자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받았다면 10.9%가 오르지만, 최저임금 수준 기본급에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가 조금 붙는 ‘최저임금 차상위 노동자’는 산입범위 개편의 직격탄을 맞는다.

ㄱ씨는 지난해 월 최저임금인 157만3770원을 기본급으로 받으면서 복리후생비 30만원을 받았다. ㄱ씨는 기본급만 따지면 10.9%만큼 올라야 하지만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지 못한다(표 참고). 복리후생비 가운데 17만7840원(30만원-12만2160원)이 산입범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결국 ㄱ씨의 산입 임금은 175만1610원으로 2019년 월 최저임금보다 높아진다. 사업주 입장에선 임금 한푼 올려주지 않아도 최저임금 위반에서 벗어난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보장 취지로 최저임금을 두해 연속 두자릿수로 올렸지만 ㄱ씨 임금은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다.

임금 구성에 따라 산입범위 확대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2018년 기본급 157만3770원에 복리후생비 20만원, 매월 상여금 50만원을 받는 노동자 ㄴ씨는 2018년 월 실수령액이 ㄱ씨보다 많지만 최저임금 영향으로 올해 월급 2만9827원이 오른다. 하지만 그의 월급에도 산입범위 확대가 손해를 끼친다. 복리후생비 중 7만7840원(20만원-12만2160원)과 상여금 가운데 6만3713원(50만원-43만6287원)이 산입범위에 포함돼 최저임금 인상분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상여금을 ‘격월 또는 분기’로 받으면 인상폭이 커진다. 최저임금 산입범위에는 매달 지급되는 상여금만 포함돼서다. 노동자 ㄷ씨는 ㄴ씨보다 2018년 월평균 임금이 높다. 둘은 똑같이 매달 기본급 157만3770원, 복리후생비 20만원을 받았다. ㄷ씨는 상여금 150만원을 격월로 받아 매월 50만원을 받는 ㄴ씨보다 연소득이 더 많다. ㄷ씨는 ㄴ씨처럼 복리후생비 7만7840원이 최저임금에 산입되지만, 상여금은 격월이라 산입되지 않는다. 2019년 최저임금에 맞추려면 ㄷ씨 월급은 월 9만3540원 올라야 한다. ㄱ, ㄴ, ㄷ씨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지난해 임금 총액이 적을수록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줄어드는 모순이 생긴다.

다만 ㄷ씨의 사업주가 상여금을 격월에서 매월로 바꿔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줄이는 길이 열렸다. 지난해 국회는 최저임금법을 개정하면서 격월·분기별 상여금을 월 단위로 나눠 지급해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노조 없는 회사에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임금을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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