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인상, 생존위기 中企]②임금 부담에 한국 떠나는 중소기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기중앙회 올해 경기전망지수 83.2, 전년보다 9.5p 하락

'올해 경기 나빠질 것'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정책'(65.6%) 지적

인건비 부담으로 공장 해외 이전하거나 이전 추진 사례 늘어

"최저임금 등 노동정책, 중소기업 여건 고려 않은 채 빠르게 도입" 우려

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의료기기 중소기업 A사는 최근 중국에 공장을 마련키로 결정했다. A사는 당초 늘어나는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공장 인근에 증설을 검토했다. 하지만 최근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 때문에 인건비에 큰 부담을 느꼈다. 결국 A사는 방향을 선회하고 중국과 베트남 등을 둘러본 후 최종적으로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기로 했다. A사 대표는 “현재 생산직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적용해 연평균 2600만원을 지급하는데, 중국에서는 이의 절반 이하인 1200만원에 운영할 수 있다”며 “우선 중국에서 저사양(로엔드) 제품 위주로 생산한 후 품질에 이상이 없을 경우 고사양(하이엔드) 제품까지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장비 중소기업 B사 대표는 인력 감축을 고민 중이다. B사는 지난해 국내외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면서 실적이 어느 정도 선방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격이 나란히 하락하면서 올해 전방산업 설비투자가 크게 위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B사 대표는 “올해 장비 수주 등을 감안할 때 매출이 전년보다 10∼20%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로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력을 줄이지 않을 경우 수익성 악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해년 새해 들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생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까지 2년간 최저임금이 29%나 오르면서 제조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국내에 있는 공장을 중국·동남아 등 해외로 이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인건비 상승에 업황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채산성 악화를 우려한 기업들은 인력 구조조정까지 계획 중이다.

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2019년 중소기업 경기전망 및 경영환경’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전망지수는 전년보다 9.5p(포인트)나 하락한 83.2였다. 제조업은 전년대비 8.4p 떨어진 83.7, 비제조업은 10.2p 감소한 82.9였다.

같은 조사에서 중소기업 중 39.0%는 ‘올해 국내 경기가 전년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좋아질 것’(6.6%)이란 응답보다 6배나 많은 수치다. ‘비슷할 것’이란 응답은 54.3%로 가장 많았다. 국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고 본 중소기업은 해당 요인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 등 급격한 경제정책’(65.6%)을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올해 중소기업 경기전망이 크게 하락한 것은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정책이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빠르게 도입, 시행된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느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해외로 이전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통신장비업체 C사는 국내 생산 비중을 2017년 60%에서 지난해 40%로 낮췄다. 올해는 이 비중을 20∼30%로 낮출 계획이다. 반대로 수년 전 동남아 지역에 구축한 공장은 계속 증설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 공장 내 설비를 동남아로 이설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C사 임원은 “통신장비 분야는 최근 2∼3년 새 중국 경쟁사들이 저가 공세에 나서면서 기술력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는 시장이 됐다”며 “글로벌 경쟁 여건은 악화 일로에 있는데 국내에선 급진적인 노동정책을 시행하면서 제조업체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전자부품을 생산 중인 D사 임원은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인당 월 2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데 베트남에서는 월평균 35만원을 준다”며 “현재 국내에서 일부 고사양 제품을 생산하는데, 이 역시 거래처 승인을 받는 데로 베트남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중소기업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주68→52시간)이 올해 중 적용된다. 50∼300인 사업장은 2020년, 50인 이하는 2022년부터 적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300인 이상 중소기업은 총 1290개사로 전체 300인 이상 사업장 2554개 중 절반 이상인 50.5%를 차지했다.

전자업종 중소기업 E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급진적인 노동정책은 탄력적인 인력 운용을 막아 제조업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가뜩이나 원가경쟁력은 중국 업체에 밀리는데, 국내에선 더 이상 제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재원 본부장은 “글로벌 경기 하락과 함께 내수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올해는 중소기업의 활력 회복을 위해 과감한 내수활성화 정책을 펴야할 시기”라며 “중소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규제 개혁과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