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래덕(청진) 지나 마라대간따라 남하
北 남방산, 南 한라산 머리와 마주하고
마라도성당(경주)서 ‘인생샷’ 한 장
해남 거쳐 태안쯤서 짜장면 먹고
할망당(백두산)까지 새해 희망 전해
➊ 마라도 동쪽 고지대에서 바라본 북쪽의 산방산일대 ➋ 마라도 안내지도 ➌ 마라도 포토 1번지 마라도성당과 주변의 보색대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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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는 제주 본섬, 한반도 본토를 닮았다.
모양새는 남북으로 긴 계란형. 동서로 긴 타원형 제주 본섬을 90도 회전시켜놓은 듯 하다. 남북으로 긴 형태,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경동지괴는 본토의 지세이다.
‘마라’는 ‘끝’을 뜻한다. 남쪽 끝 막내라고는 하지만, 잠겼다 떠오르곤 하는 149㎞ 남서쪽의 이어도(礖島)에겐 언니이고, 동쪽과 서쪽 끝 막내 섬들에 비해서도 덩치가 좀 크다.
면적은 0.3㎢. 서쪽 끝 서(西)격렬비열도(0.19㎢), 동쪽 끝 독도(0.18㎢)와 비교하면 누나나 형 맞다. 가파리 마라마을, 마라도의 키(최고해발)는 언니인 가파도(20m)보다 무려 두배나 큰 39m이다.
막내인데도 당찬 모습이라 더 귀엽다. 동서 끝섬을 동생으로 여기는 마라도 해안 절벽의 위세는 빠삐용이 오금을 거릴 정도로 위풍당당하다.
제주 본섬과 한반도 본토를 닮은 ‘대한민국 미니어처’ 마라도(천연기념물 423호) 신년 여행은 남과 북의 벽을 잊는 평화의 대장정이다. 이곳에선 ‘빚을 갚아도(가파도) 그만, 말아도(마라도) 그만’이라고 하니 기분이 더 홀가분하다.
한반도로 치면 청진항 쯤 되는 살래덕 선착장에서 내려 조금만 남쪽으로 걸으면 원산 쯤의 백두대간에 올라선다. 초행길 여행객은 남서쪽 잘 뚫린 길을 따라 인천 쯤 되는 해안선에서 출발하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라도 대장정은 동쪽 높은 곳 ‘마라 대간’을 따라 남하하면서, 태백산 꼭대기쯤으로 여길 만한 마라도 등대를 거쳐 시계방향으로 도는 게 좋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면, 짜장면 부터 탐닉하느라 진면목을 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는 억새밭을 헤치고 가파른 백두대간에 올라 고개를 돌려 북쪽을 바라보면 산방산(395m), 군산오름(335m)이 차례로 보이고 희미하게 한라산 머리도 마주할 수 있다. 고개 숙여 남쪽 바다를 보면 절벽과 해식동굴을 구경할 수 있다. 마치 노인으로 변신한 동해 해신이 수로부인에게 주기 위해 꽃을 꺾었다는 그 절벽을 연상케 한다.
앞에는 1915년 3월 처음 불 밝힌 마라도 등대가 우뚝 서있다. 백두대간 허리의 태백산 지점이다. 등대는 해발 30여미터에 있지만 이래뵈도 로스앤젤레스 대척점에 있는 태평양 한 끝 랜드마크이다. 아프리카 최남단에 희망봉이 있다면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엔 희망등(燈)이 있다. 세계 바다 지도에 제주 알파벳은 못 적어 넣어도, 지구촌 선원의 희망 불빛, 마라도 등대는 어김없이 표기된다. 주위를 지나던 배들은 마라도를 보고서야 안도하며 피항한다. 그래서 마라도 주변엔 배들이 많다.
순백의 마라도 등대를 지나면 내리막이다. 본토로 치면 경주 쯤 되는 곳에 자주빛 예쁜 마라도 성당이 있다. 마라도엔 개신교, 가톨릭, 불교가 ‘문명 화해’ 하듯 사이좋게 산다. 전복 모양의 지붕에다 유리 천장을 통해 빛이 투사되도록 마라도 성당은 마라도 인생샷 3대 배경지이다.
성당을 지나면 뾰족한 남부지방을 금새 지나 ‘해남 땅끝마을’에 해당하는 곳에 이른다. 매끈하게 다듬어 놓은 바닥 한가운데에 한자로 ‘大韓民國 最南端(대한민국 최남단)’ 비석이 서있다. ‘땅끝 중 영토끝’ 표석이다. 이곳 바로 남쪽에 장군바위가 있는데, 영험한 곳이라 주민들이 올라가지 말래도 몇몇 관광객들은 악착같이 인증샷을 남기러 간다.
국토 최남단 비 바로 옆에 붉은색 지붕의 ‘초콜릿 박물관’ 홍보관이 있다. ‘꽃반지 끼고’의 가수 은희가 운영하던 갈옷 공방이 있던 곳이다. 옷감에 풋감 즙을 묻힌 갈옷은 오래 입고 습기에도 강하다는 점을 지혜로운 서귀포 해녀들은 알고 있었다.
태안 쯤 왔을까. 짜장면, 짬뽕 집들이 나타난다. 톳이나 뿔소라 등 건강한 서귀포 식재료가 더해진 마라도 짜장면은 주인집 딸이 ‘버리지 마라도’라는 글귀의 티셔츠를 입고다니며 당부하지 않아도 금새 그릇바닥을 보인다.
서울~개성~평양까지 이어지는 마라도 ‘블랙 번화가’를 지나고, 남포 같은 자리덕포구, 개마고원 같은 대문바위를 거쳐, 북쪽 끝에 이르면 본토의 백두산에 해당하는 할망당을 만난다. 해녀와 어부의 조업을 안전하게 보살펴주는 수호신이다.
슬픈 얘기도 있고, 고진감래의 스토리도 전해지는데, 방문객 누구든 ‘마라도가 태평양 파도를 견디느라 참 고생이 많았구나’ 하고 느낄 것이다. 황금돼지해 더욱 빛나기를…. 마라도를 떠나는 배의 고동소리, 동력소리, 세찬 바람은 ‘울컥’하는 마음을 들키지 않게 해준다.
자주 만났던 산방산 한테는 눈 인사만 한뒤, 모슬포항에 내린다. 진하고 꽉찬 마라도 여행을 하던 중 “나도 잊지 마라도”라는 눈빛을 보냈던 군산오름으로 향한다.
군산오름이 ‘훅’ 솟을 무렵, 평지의 땅이 ‘푹’ 꺼져 생긴 안덕계곡 위 감산리 고개를 넘어 대평행 내리막길에서 좌회전, 오프-온로드를 번갈아 10분가량 오르면 군산오름 8부능선까지 갈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남서쪽 멀리 마라도, 형제섬, 산방산, 북쪽 한라산, 동남쪽 제주월드컵경기장, 새섬, 문섬, 범섬이 차례로 보인다.
서귀포시 전체를 굽어보는 이곳은 인천의 거잠포, 울릉도의 석포전망대, 통영 욕지도 천왕봉과 함께, 바다에서 솟는 해와 바다로 지는 해를 한 자리에서 볼수 있는 4대 ‘일출-일몰 동시감상 포인트’이다. 계곡 전체가 통채로 천연기념물(377호)인 안덕계곡의 신비스런 창고천 생태공원에, 여성이 걸어들가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고, 남성이 들어가면 모험 떠나는 톰소여가 된다. 군산오름 아래 대평에선 박수기정으로 지는 석양 앞에서 신혼부부의 웨딩촬영이 한창이었다.
지난 1일 지구촌 이웃들과 어울려 펭귄수영대회를 성황리에 마친 서귀포시관광협의회(회장 양광순)는 화순 곶자왈, 휴애리, 위미리 동백공원, 빛의 벙커 클림트 등도 둘러보며 풍성한 서귀포 신년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본토에 전했다.
함영훈 기자/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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