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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42세에 요절한 스님… 그가 마지막까지 물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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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 없이 떠난 일지 스님

불교 현실에 대한 질타 등 생전에 연재했던 글, 책으로 묶어

조선일보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았다. 저서는 20여 권 남겼다. 일지(一指·1960~2002) 스님 이야기다.

1974년 서옹(1912~2003) 스님(전 백양사 방장)을 은사로 출가한 일지 스님은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경학과 선학에 매진하며 현대 인문학과 불교의 접점을 찾으려 애썼다. 1988년 제1회 해인학술상 수상 논문 '현대 중공(中共)의 불교인식'도 그런 노력의 하나였다. 도반·후학들과 활발하게 경전과 선어록(禪語錄)을 읽고 번역하고 책을 쓰던 그는 2002년 서울 수국사 내 10평 정도의 컨테이너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근 발간된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어의운하)〈사진〉는 일지 스님의 마지막 발자취다. 월간 '불광'에 2000년 1월부터 24개월간 연재한 원고를 책으로 엮었다. '불교에서 길을 묻다' '업' '경전' '선(禪)' '해탈' 등 24가지 주제를 경전에서 뽑고 자신의 해석을 붙였다.

첫머리, '증일아함경' 중 "나는 인간의 몸으로 태어났고 인간으로 성장하였으며 인간으로서 붓다를 이루었다"는 구절에 대해 스님은 "부처님 스스로 인간임을 선언한다. 불교는 신(神)의 존재를 상정하거나 신의 존재를 논증하는 것을 철학적 목표로 삼지 않는다"고 정의한다.

'선(禪)'에 이르면 젊은 출가자의 추상 같은 문제의식을 감추지 않는다. "오늘 선(禪)은 마치 인스턴트식품을 가득 채워놓고 언제든지 파는 사상의 24시간 편의점의 한 상품처럼 여겨진다." "선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대승불교 본래의 지혜와 자비를 망각한 선은 불교가 아니라 도교(道敎)다."

'해탈'에 대해서도 '추상적, 현실 초월 혹은 도피적'인 것이 아니라 단언한다. 그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당신의 마음 상태, 욕구에 대해 사색하고 탐진치(貪瞋痴)로 오염되어 있는 불순한 에너지와 거품을 걷어내면 해탈은 그렇게 추상적이거나 신비한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그의 짧은 삶이 안타깝다. 또 그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한국 불교의 문제점과 모순이 얼마나 해소됐는지 돌아보게 된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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