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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강릉 펜션참사도 결국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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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10명의 사상자를 낸 강원도 강릉시 펜션 사고도 결국 '인재(人災)'였음이 밝혀졌다. 보일러 시공부터 관리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총체적 부실이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친구들과 추억 여행을 떠났던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경찰은 직간접적인 사고 원인을 제공한 관련자 9명을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하고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4일 펜션 운영자와 무등록 건설업자, 무자격 보일러 시공자를 비롯해 완성검사를 부실하게 한 한국가스안전공사 강원 영동지사 관계자, 점검을 부실하게 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자 등 7명을 업무상 과실 치사상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보일러 시공업체 대표 A씨(45)와 시공기술자 B씨(51) 등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사고와는 별개로 펜션을 불법 증축한 전 소유주 2명도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 등은 2014년 보일러 설치 당시 배기관과 배기구의 높이를 맞추기 위해 배기관 하단을 10㎝가량 절단했다. 이를 보일러 배기구에 집어넣는 과정에서 절단면에 의해 배기구 내부 고무재질의 원형 링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배기구와 배기관 이음 부분에 내열실리콘 마감처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체결력이 약화된 배기관이 보일러 운전 시 발생하는 진동에 의해 분리돼 가스 누출로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결론을 내렸다.

경찰은 바깥 공기를 보일러로 유입시키는 급기관 내부에서 발견된 벌집이 불완전연소를 유발시키면서 배기관 이탈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벌집과 가스 누출의 개연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 직후 보일러를 수거해 유사 조건에서 수차례 가동 실험을 해왔다.

보일러 사후관리 역시 부실했다. 보일러가 허술하게 설치됐음에도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가스 설비에 대한 완공검사 당시 '적합' 판정을 내렸고, 가스공급자도 가스안전 정기점검을 부실하게 이행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동안 경찰은 참변을 당한 학생 3명의 사인과 7명에게 치명상을 입힌 원인이 보일러 배기가스 누출로 인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단하고 보일러 연통이 왜 어긋났는지를 규명하는 데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왔다. 경찰은 "애초부터 보일러 시공이 부실하게 이뤄졌고 결국 가스 누출로 이어졌다"며 "수사 결과를 정리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릉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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