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 교수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성민 교수와 안과 이행진·김성준 교수 연구팀은 중추신경계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시신경을 둘러싼 당단백질(MOG)의 항체가 만성 재발 염증성 시신경염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신경은 눈과 뇌를 잇는 감각신경으로 100만 개 이상 신경섬유로 이뤄져 있다. 빛이 눈으로 들어와 망막에 상이 맺히면 시신경이 이 정보를 뇌로 전달해 사물을 인지한다.
시신경염은 신경섬유의 일부 혹은 전체에 염증이 생겨 시력 이상, 통증 등을 유발하는 질환을 말한다. 시력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거나 색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을 때 의심해야 한다. 시신경염의 재발 횟수가 늘수록 시력은 더 많이 손상된다. 일부 환자는 다발성 경화증이나 시신경 척수염을 동반하지만 이런 질환이 없는데도 만성적으로 재발하는 시신경염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중추신경계 이상 615명 대상 연구
김 교수 연구팀은 2011~2017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중추신경계 염증 환자 61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대상자의 15%(90명)가량은 시신경염을 앓았고, 이 중 12명은 세 차례 이상 시신경염이 재발한 만성 재발 염증성 시신경염 환자였다.
연구팀이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이들의 혈액검사 결과 등을 정밀 분석한 결과, 재발성 시신경염 환자의 평균 MOG 항체 수치는 다른 중추신경계 염증 환자에 비해 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시신경은 전달되는 정보가 누출되거나 흩어지지 않도록 전선의 피복처럼 ‘마이엘린’이란 지방 물질로 둘러싸여 있다. 마이엘린의 표면에는 MOG가 붙어 있는데, 재발성 시신경염 환자의 경우 면역 세포가 이 MOG를 적으로 인식해 항체를 생성, 손상을 일으킬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전선 피복이 벗겨지면 누전이 발생하듯, 마이엘린이 손상되면 신경이 노출되고 염증이 발생해 시신경염의 재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과거 재발성 시신경염은 주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정맥 주사한 후 경구 스테로이드제를 먹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치료했다. 최근에는 치료 부작용과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혈장 교환술, 반복적인 정맥 면역글로불린 주사, 혈액 내 B림프구를 제거하는 단일클론항체제제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된다.
김성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원인 불명이던 만성 재발 염증성 시신경염의 원인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MOG 항체가 있는 시신경염 환자는 적절한 면역 치료를 통해 시력 손상을 예방할 수 있고 나아가 조기 치료할 경우 시력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신경염증저널’ 최신호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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