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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정교한 로봇수술로 대장암 환자 항문 거의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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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칼럼] 이길연 경희의료원 의과학연구원 부원장

중앙일보

이길연 경희의료원 의과학연구원 부원장


대장암은 국내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암 중 하나다. 발병률 또한 세계 1위다. 대장암은 사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다. 대장암은 모두 대변에서 피가 묻어 나오는 증상이 있지만 눈여겨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렵다.

대장암은 위치에 따라 결장암과 직장암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항문 입구로부터 12~15㎝까지의 부위에 발생하면 직장암, 그 외의 대장 부위에 발생하면 결장암이다. 직장암은 현재 발병률과 사망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질병이다. 별다른 초기 증상이 없어 3~4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철저한 대비와 함께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최적의 암 치료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직장암은 수술 후에도 배변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심한 경우에는 수십 차례의 잦은 배변, 하복부 불편감, 변실금 등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직장을 보존하는 것이 환자의 삶의 질을 현저히 높일 수 있다. 만약 수술이 필요한 경우 주변 조직을 다치지 않도록 정교한 로봇 수술을 통해 직장암 환자의 항문 등 주변 조직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희대암병원(후마니타스암병원)은 현재 정교한 로봇 수술을 통해 환자의 항문을 98% 이상 보존하는 등 주변 조직을 다치지 않게 치료해 환자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대장암 3기로 진단받은 63세 환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대장 용종이 수없이 많고 암세포가 전립샘과 정낭에 붙어 있어 수술할 경우 항문을 보존하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다학제 진료를 통해 우선 6개월간 항암 및 방사선 치료를 한 뒤 로봇 수술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로봇 수술로 직장과 골반에 전이된 림프절까지 제거했는데도 환자가 장루(인공항문) 없이 생활하는 치료 성과를 냈다. 이처럼 대장암 환자의 경우 다학제 진료를 통해 환자의 표준치료뿐 아니라 치료 이후의 삶의 질도 생각하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문을 보존하기 위한 연구는 직장암 분야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직장암은 항문암과는 다른 선암이지만 수술 전 항암 화학, 방사선 치료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가 약 20%에 달한다. 직장암 치료의 원칙은 수술을 통해 국소 재발을 막는 것이었지만 세계적인 암센터에서 이런 환자에게 추가적인 항암 화학요법을 실시하면서 수술을 생략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암병원은 세계의 가이드라인을 고려해 국내 직장암 환자 대상으로 장기 보존을 최우선으로 한 치료 계획과 환자에게 맞는 정밀수술을 제공하려 한다. 특히 2015년부터 매년 국제 암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대장암 환자 치료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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