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자회사 농협유통(하나로마트)이 ‘갑질 마트’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농민조합원의 출자를 바탕으로 세워져 공적 성격이 강한 농협이 갑질을 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납품업체에게 부당반품, 허위 매출 등을 강요한 혐의로 농협유통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5600만원, 과태료 150만원을 부과했다.
농협 하나로마트./ 뉴시스 제공 |
농협유통의 판매장려금(5~10%)은 이마트나 홈플러스(20~25%) 등보다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거대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농민들에게 갑(甲)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라도 거래처를 더 만들어야 하는 농민들 입장에서는 결국 유통업체가 원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농협유통은 서울·경기지역 하나로마트 2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유통은 2014년부터 3년 반동안 18개 납품업자와 거래하면서 부당한 반품을 해왔다. 직거래는 상품 매입 즉시 농협유통에 소유권이 이전돼 예외사항에만 반품이 가능하지만 농협유통은 조건을 명확히 약정하지 않은 채 냉동수산품을 반품했다. 제주옥돔, 굴비, 민어, 조기 등 총 4300건, 약 1억2000만원 어치로 일부는 100~200여일이 지나 반품됐다.
농협유통은 또 2010년 3월부터 2012년 9월까지 냉동수산물 납품업자가 임금을 지급하는 종업원을 부당하게 활용했다. 양재점은 명절 매출 목표량을 맞춘다며 허위로 3억2000만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고 납품업체에 수수료 1%를 받기도 했다. 계약서를 계약기간 종료 후 5년간 보존해야 하는 법적 의무도 지키지 않았다.
농협유통 측은 "잘못된 부분을 파악해 현재는 모두 시정했다"고 설명하지만, 내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문제가 지속 발생하는 것은 농협중앙회의 직원챙기기식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농협 유통자회사들은 농협중앙회 출신 퇴직인사들이 재취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차입금, 이자 등으로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전문성이 낮은 고연봉 낙하산 인사들이 고위직을 맡는 식이다.
이수현 농협유통 대표이사/조선DB |
현재 농협대표로 있는 이수현 대표도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문화홍보부 팀장, 수탁업무부 부장, IT전략부 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유통분야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은 모회사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경제지주(유통·식품 부문 17개사)와 금융지주(은행·보험 등 8개사)로 이뤄져 있다. 농협유통은 농협중앙회와 경제지주 감사, 내부감사를 받아왔지만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가 없었다.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2011~2018년까지 농협중앙회 출신의 퇴직인사가 자사계열사인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재취업하는 수가 121명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2011년 2명, 2012년 6명이었던 낙하산 인사가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31명, 25명으로 늘었으며, 이들의 연봉·성과급 금액은 2017년 기준 3억원이었다.
농협경제지주가 당면한 과제도 많다. 농협경제지주는 당초 2017년까지 농협하나로유통·농협유통·부산경남유통·충북유통·대전유통을 단일법인화해 소매유통사업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려 했으나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농협하나로유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업이익이 감소추세다. 농협유통의 2017년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전년(72억원) 대비 줄었고, 같은기간 농협대전유통의 영업익은 50% 감소했다. 농협유통 측은 "올해 내로 농협 5개 유통자회사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소영 기자(seenr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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